오바마 대통령이 중산층살리기의 일환으로 대학등록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혹자는 다음 대선을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중산층을 위하는 일은 나라를 살리는 일이 될 만큼 중요하다. 소득계층간 부의 편중이 갈수록 심각해서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고, 국부의 절반 이상이 상위 5%에 몰려 있다. 중산층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성장동력이 힘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대학교육에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나서는 것은 필요하기도 하지만 심한 반발을 일으킬 여지가 너무나 크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등록금의 영향을 받았는지 모를 일이다. 한편으로는 대학졸업장이 더 이상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를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대학교육을 받지 못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의 75%이상이 소득 상위 25%의 가정에서 왔다. 학자금 융자가 가능하고 장학금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는 미국이지만, 대학교육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넘기에 버거운 산이다.
미국 주립대학의 평균학비가 주거주자를 기준으로 할 때에 $8,655라고 한다.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지 만달러를 넘는 주도 많이 있다. 다른 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라면 $17,000을 훌쩍 넘어간다. 그리고 생활비를 대략 $12,000정도로 계산을 한다면 주립대에 가더라도 일년에 $20,000가 필요하다. 4년만에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결국 $100,000혹은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립대의 경우는 일년에 오만 달러가 넘는 대학이 많다. 대출받은 학자금은 개인파산을 한다고 해도 면제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졸업후 취업이 어렵다면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대통령의 제안을 보면 대학생들이 재학기간 동안에 지출하는 총 비용을 기준으로 대학의 등급을 정하고 이를 연방정부의 학자금지원제도(FSA)와 연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대학 학비 등급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학자금지원을 정부에서 총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일이다. 로스쿨도 현행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말도 했다. 어차피 3년차에는 인턴이나 실습을 많이 하기 때문에 굳이 수업을 받지도 않으면서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가뜩이나 지원자들이 감소해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로스쿨들은 거의 문을 닫게될 지경이다.
대학에서 과연 적정한 학비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들에서는 예산의 80% 전후가 인건비이다. 교직원의 수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교수의 수를 줄이게 되고 강의당 학생숫자가 많아지게 된다. 한번에 100명 이상을 모아 놓고 일방적인 강의를 해도 괜찮은 과목이 있기도 하지만, 불과 2-30명을 대상으로 심도있는 강의를 해야만 하는 과목도 있다. 결국에는 그 기준을 누가 그리고 어떻게 정할지가 문제이다.
대학교육은 사립대학들이 훨씬 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이비리그로 불리우는 대학들은 그 역사가 300년이 넘는다. 하버드대학은 1636년에 설립되었다. 주립대학중에 1호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은 무려 150년이나 후에 (1789년) 세워졌다. 좀더 길게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공립교육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기에 사람들은 개인교사를 통해서 혹은 사립학교를 설립했다. 당연히 교육이란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것이었다. 그런 전통이 지금도 남아서 사립교육과 공립교육의 현격한 차이를 가져온다. 사립학교의 부족분을 채우는 것이 공립교육이다. 그런데 정부가 재정부족을 이유로 공립교육의 질을 추락시키게 되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더욱 사립교육으로 몰리게 된다. 결국 더 많이 가진 자들만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십억달러 ($1,000,000,000)는 B-2 스텔스 폭격기의 반값에 해당한다. 그 돈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틀동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혹은 주립대학에 있는 학생들 십만명의 일년치 수업료를 지원할 수도 있다. 정부는 교육에 관해서 언제나 예산부족을 탓하지만 정부예산이 남아돈 적은 없었다. 문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현재나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투자는 교육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우선순위가 틀렸다. 그래서 미래가 걱정이다.
칼럼리스트 하인혁 교수는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Western Carolina University에서 경제학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Lifeway Church에서 안수집사로 섬기는 신앙인이기도 하다. 그는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1991년도에 미국에 건너와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인혁 교수는 기독일보에 연재하는 <신앙과경제> 칼럼을 통해 성경을 바탕으로 신앙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경제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하고 삶 가운데 어떻게 적용해 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의 주요연구 분야는 지역경제발전과 공간계량경제학이다. 칼럼에 문의나 신앙과 관련된 경제에 대한 궁금증은 iha@wcu.edu로 문의할 수 있다"-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