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지난 16일부터 3일간 마리화나(대마초) 축제가 열렸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10만여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지난해 11월 주민투표로 워싱턴주에서 오락용으로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화된 것을 축하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경찰의 대응. 그동안 의학용 마리화나를 제외한 일체의 마리화나 사용을 단속했던 경찰이 이번에는 마리화나 안전 사용 규칙 스티커를 붙인 과자를 행사 참석자들에게 웃으며 나눠준 것이다.

스티커에는 ‘마리화나 환각 상태에서 운전하지 말라’, ‘21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마리화나를 주거나 팔지 말라’,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우지 말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행사 참석자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우는 경우가 있었지만 다른 때 같으면 이들을 붙잡아 $103의 티켓을 발부하던 경찰들이 이번에는 보고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이 행사를 시작할 때만해도 미국에서 마리화나 합법화가 가능하겠냐고 의심했지만 지난해 워싱턴주와 콜로라도에서 주민투표로 마리화나 사용이 합법화되는 놀라운 변화를 보고 있다며 이 변화가 바람을 타고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미국사회에서 한 때 불법마약으로 엄격히 단속되던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갤럽, 퓨리서치 등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과반수가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1973년 81%의 미국인들이 마리화나 사용을 불법으로 보았지만 2012년 50%의 미국인들이 마리화나 사용을 합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만에 여론이 역전된 것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 52%가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를 지지했다.

마리화나를 의학용으로 사용하는 주들은 20개로 늘어났고 지난해 11월 워싱턴주와 콜로라도는 주민들의 투표로 미 역사상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했다. 콜로라도 덴버에는 2012년 10월 기준 204개의 의학용 마리화나 구입처가 있는데 덴버에 있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지점 수를 다 합친 것에 3배가 많은 수다.

갤럽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4명이 마리화나를 핀 적이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고등학교 때 마리화나를 했다고 고백했다. 미시건대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미국 고등학교 3학년생의 6.5%가 매일 마리화나를 사용하고 있다. 23%는 매월 마리화나를 했고 36%는 지난해 한번 이상은 했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3학년 생 10명 중 3명은 마리화나를 적어도 1년에 한번 이상은 하고 있는 것이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수용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확산되는 것은 동성결혼 합법화를 수용하는 미국인들의 확산과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8일 ‘마리화나가 새로운 동성결혼인가?’라는 제목으로 금기시 되었던 동성결혼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이 역전되어 지금은 미국인 과반수가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것처럼 미국사회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화나는 주로 담배 종이에 말아 피우거나 파이프나 봉이라는 물이 들어있는 기구를 통해서 사용된다. 마리화나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4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 중 THC(Delta-9-TetraHydroCannabinol)성분 때문이다. 마리화나를 피울 경우, THC가 폐를 통해 혈관 속으로 들어가 두뇌와 몸 전체로 퍼지면서 효과를 나타나고 1-3시간 가량 두뇌를 포함한 전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효과는 일반적으로 긴장이 완화되고 쾌감을 느끼며 오감이 예민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많은 양의 마리화나가 몸에 들어가면 환상이나 망상을 하고 시간 감각이 없어지며 몸의 균형 감각과 손발의 운동을 느리게 해 복잡한 일, 운전에 영향을 미치고 심할 경우 정신분열증을 일으키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리화나가 에이즈 치료나 항암치료 과정 중 고통완화, 메스꺼움 제거, 식욕 자극 등 치료 효과가 나타나 이를 의학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마리화나는 간질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발작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내어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저지에 사는 2살짜리 아기 비비안 윌슨은 심한 간질로 하루에 여러차례 발작을 일으키고 어떤 경우 숨을 멈추기도 했다. 여러 약을 써보았지만 발작은 계속되었고 부모는 최종적으로 마리화나 사용을 생각했다.

비비안처럼 심각한 간질로 고통받는 다른 어린이들이 마리화나를 사용해 발작이 멈췄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저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의학용 마리화나 사용이 허락되지 않았다. 비비안의 부모는 어린이도 의학용 마리화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투서를 하기 시작했고 결국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지난 16일 그런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하겠다고 동의했다.

여기에 마리화나가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마리화나를 양성화해 세금을 부과하면 각 주에 세수가 늘어나고 이렇게 양성화도면 오히려 마약 사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며 미국사회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확산 일로에 있다.

마리화나 합법화는 동성결혼 합법화와 함께 미국사회의 도덕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단적인 예로 평가되고 있는데 미국에서 마리화나 합법화는 동성결혼처럼 대세가 될 전망이다.

현재 미 연방법은 마리화나를 불법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리화나를 의학용, 오락용으로 합법화한 주들과 충돌하고 있는데 지금 힘있게 나오는 주장은 연방법을 개정해서 이 충돌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마리화나 사용을 의학용 혹은 오락용으로 합법화는 주에서는 최대 1온스의 마리화나 보유를 허락하자는 내용으로 연방법을 바꾸자는 것.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미국인들이 계속 늘고 이를 합법화하는 주들이 증가하면 결혼을 한 여자와 한 남자 간 결혼이라고 정의했던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이 위헌판결을 받은 것처럼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해 연방법이 개정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 때처럼 마리화나 합법화에 개입할 여운을 남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지금은 마리화나 사용의 전체적인 합법화를 지지하지 않지만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마리화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 말은 그의 동성결혼에 대한 입장을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처음에 동성결혼을 반대한다고 밝혔던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에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하더니 지난해 5월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말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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