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웅재 솔로 2집 ‘일상, 위로’가 출시된다. 정종원 목사와 함께 듀오 ‘꿈이 있는 자유’ 활동을 병행하며 지난 2009년에 발표한 첫 솔로 앨범 ‘2nd step’ 이후로 5년 만이다. 삶 가운데 스며든 생명의 말씀을 서정적인 음악을 통해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찬사를 받았던 1집은 2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고,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에게 오랜 목마름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그 동안 ‘노래하는 시인’답게 ‘꿈이 있는 자유 7집’과 「내가 노래하듯이 또 내가 얘기하듯이」, 「소소한 일상 특별한 만남」 같은 책 출간을 통해 창작 활동을 지속해 왔지만, 솔로 아티스트 한웅재에 대한 해갈에는 부족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2집이지만, 먼저 호흡을 가다듬고 아티스트에 대한 고찰을 시도해 본다. 한웅재는 ‘시인’이자 ‘송라이터’이며 ‘포토그래퍼’이자 ‘작가’이고 ‘목사’다. 이런 다양한 캐릭터는 그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구조이자 작품을 위한 모티브가 된다. 그는 일상의 피사체를 찰나의 순간에 담아, 작가적 시선으로 절제되고 축약된 표현을 더한다. 그 안에는 ‘목회자’로서, ‘아버지’로서의 관점도 공존한다. 시적 가사와 뛰어난 밀착성을 보이는 서정적 멜로디, 이를 극대화시키는 감미로운 목소리,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한 그의 노래는 텍스트와 음악, 그리고 목소리의 가장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완성된다.
“가을이 빛나는 건 여름을 봤기 때문이고 봄이 아름다운 건 겨울을 알기 때문이듯, 모두 다 그렇게 긴 시간을 지난다…”(한웅재 2집 ‘모두 다 그렇게’ 중)
이번 2집 앨범의 타이틀은 ‘일상, 위로’다. 이번 앨범 역시 반복되는 자연의 순리와 이를 주관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순응, 주님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묵상으로 풀어낸, 순도 높은 곡들로 가득하다.
“지난 3, 4년간 위로라는 단어를 참 많이 생각했습니다.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경험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자연스레 다음 음반은 위로에 대한 노래들이 나오겠구나 싶었는데, 생각 외로 쉽지는 않았어요. 일부로 위로의 노래를 만들려니 원래 스타일에도 맞지 않고 뭔가 잘 풀려 나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내 일상을 적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총 11곡의 창작곡이 수록되었다. 앨범의 시작을 여는 첫 곡 ‘위로는 예수’는 2집 작업의 물꼬를 터준 출발선 같은 곡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세월의 참 의미와 유일한 위로가 되시는 그리스도를 연결한 곡으로, 앨범의 시작을 주제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던지는 화두(話頭)와 같다. ‘모두 다 그렇게’는 시인으로서의 언어 조탁(彫琢)이 가장 두드러진 아름다운 표현들이 돋보이는 곡이다. ‘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는 가슴에서 시작되어 손끝에서 그려지는 고백을, 짙은 서정성과 함께 감미롭고 부드러운 멜로디로 그려낸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다.
‘돌아가는 길’은 1집에 수록된 탕자의 이야기인 ‘저 언덕을 넘어서면’의 바로 전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정오 우물가'는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의 이야기다. 이곡은 화자를 사마리아 여인으로 대비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이는 ‘꿈이 있는 자유 4집’에 수록된 ‘목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딸에게’는 ‘꿈이 있는 자유 1집’에 수록된 ‘하연이에게’를 연상시키는 곡으로, 가르침이나 강요가 아닌 아버지의 마음을 담백하게 표현한 곡이다. 앨범 마지막 곡 ‘나의 예배’는 스치듯 지나가는, 평범하고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일상이 나의 이야기이고, 그것이 예배임을 노래하며 일상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짧은 여정이 ‘페이드아웃’ 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일상에서 묵상을 통해’ 발견하는 메시지 본질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약간 무게감이 더해진 사운드의 높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만든 1집보다 더 깊은 음악적 표현을 위해 노력했다.
“음반을 거듭 만들다 보면 늘 하게 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즉, 나를 지키면서도 새로워져야 한다는 일종의 아이러니인데, 이번 음반은 시작부터 변화에 약간의 무게를 더 둔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내슈빌 뮤지션들과의 협연은 처음에는 스트링 작업만을 위해 시작했다가 전체 작업을 함께 하는 것으로 발전이 되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동의해 줬습니다. 아마도 변화에 조금 무게를 두고 싶어하는 제 마음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과정은 순탄했습니다. 외국에서 작업하면 겪게 되는 어려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내슈빌의 신배호 씨와 한국의 신영수 씨 두 사람의 협력으로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앨범에는 그래미상 수상자인 탐 험비(Tom Hemby)를 비롯해 블레어 마스터스(Blair Masters), 샘 레빈(Sam Levin), 내쉬빌 레코딩 오케스트라 등 내슈빌을 대표하는 세션들이 함께했고, 내슈빌의 바비 신(Bobby Shin)과 오랫동안 호흡을 같이해온 신영수 등 두 명의 공동프로듀서를 세워 1집에 비해 풍성하고 좀 더 깊어진 사운드를 연출해냈다.
‘일상, 위로’에 담긴 곡들은 삶의 영역 전반에 거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여정이며, 그 가운데 드러난 주님의 흔적을 찾는 과정이다. 수록곡 ‘처음으로’의 ‘복잡한 공식 지우고 비어 있는 칠판처럼, 나를 비우는’이라는 표현처럼, 과정을 통해 노래 속에 펼쳐진 일상에 대한 관조적 묵상을 따라가다 보면 아티스트가 전하고 싶은 우리 삶 가운데 놓여있는 그 분의 위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웅재 목사는 2집 발매 후 8월 17-18일 양일간 이대 삼성홀에서 개인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가을에는 부산 공연을 준비 중이며, 그 이후에는 호주 투어를 통해 ‘일상의 위로’를 전하는 여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꿈이 있는 자유 8집’에 대한 작업도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 하니, 팬으로서 벌써 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추연중 (CCM 칼럼니스트, 추미디어앤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