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민법 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불법체류자들의 시민권 획득 여부다. 그리고 이러한 불법체류자들의 사면 여부가 미국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취업 비자 확대,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가족 이민 축소 등의 문제도 중요한 주제로 꼽히게 됐다.
정치권에서 이런 주제들 이상으로 심각하게 주목하고 있지만 표면에 절대 내세우지 않는 중요한 주제가 바로 "동성결혼자의 이민에 관한 권리"다.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강한 정치적 입김으로 인해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이민법 개혁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을 의식해 대중에게 '발설'하긴 꺼리고 있다.
아직까지는 효력을 잃지 않고 있는 결혼보호법(DOMA)에 따르면, 자신이 거주하는 주에서 합법적으로 결혼한 동성결혼 커플이라 하더라도 연방정부의 혜택은 누릴 수 없다. 세금, 상속, 연금의 혜택은 물론 이민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결혼보호법 자체가 동성결혼 커플의 이민 초청을 금지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1996년 하와이가 미국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자 의회는 결혼보호법을 통과시켰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에 서명했다. 이로써 동성결혼 커플은 이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좌파 기독교리더인 짐 월리스는 복음주의이민법회의(Evangelical Immigration Table, EIT)에서 "나는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은 동성결혼자들의 이민을 논의할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그는 "동성결혼을 찬성한다"고 밝혀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터다. 그가 속한 단체인 소저너스의 대변인은 "시민법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교회가 동성결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역시 표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그렇지 않다. 상원법사위원회의 패트릭 레이히 위원장은 오랜 기간 동성결혼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경우, 상대 배우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민법 개혁안에 동성결혼자의 이민 지위를 보장하는 데에도 몇 가지 걸림돌은 존재한다. 일단 연방대법원이 결혼보호법에 대한 판결을 내리지 않은 한, 동성결혼자들은 연방법에 해당하는 이민법이 제공하는 권리를 누릴 수 없다.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사면에 관해 초당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적인 안에 있어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있으며 이 합의안조차도 의회를 무사히 통과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8인 위원회가 모험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8인 위원회에 속한 4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동성결혼에 관한 내용이 있으면 법안을 폐기시키겠다"고 거들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연방대법원이 결혼보호법을 위헌으로 판명하고 레이히 상원의원 같은 몇 명이 나설 경우, 슬쩍 끼워 넣기 식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독교계의 입장은 다소 일치되는 것 같다. 월리스는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는 1천1백만 명을 구제하는 것이 이번 개혁의 초점이다. 다른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 못하다"고 지난 목요일 회의에서 밝혔으며 남침례회 윤리와종교자유위원회의 리차드 랜드 위원장은 "이번 개혁안은 모든 이들을 위한 개혁안이 되어야지 동성결혼자들을 위한 개혁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동성결혼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경우, 남침례회는 공식적으로 반대할 것"이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