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총기 구매자의 포괄적 신원 조회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한다는 소식에 미국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총기판매점, 총기전시회, 인터넷을 통한 판매업자 등 총기 판매 면허를 가진 총기업자가 총기를 개인에게 판매할 시 반드시 신원을 조회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신원조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전과자나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은 총기를 구매할 수 없게 한다.
미국에서 총기 범죄의 대다수가 전과자들에 의해 발생하고 최근 학내 총격이나 대량 학살의 경우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이 저지른 사건이란 점에서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는 당연하게 보인다. 총기 옹호론자들이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된 총기 소지와 휴대의 권리를 이유로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범죄자와 정신병자들까지 총기를 소지하도록 헌법이 보장한다고 말할 근거는 빈약하기 때문이다.
이 당연한 점이 미국 연방의회와 각 주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는 총기업자들의 막대한 로비 때문이다. 정확한 규모조차 알 수 없는 이들의 금전 공세에 의원들은 도무지 맥을 못 추고 있다.
신원 조회가 이뤄질 시 어찌 되었거나 총기 판매는 타격을 입는다. 과거에는 총기전시회에서 혹은, 약간의 편법만 동원하면 전과자일지라도 총기를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을 법으로 못박아 판매 기록에 신원 조회 결과를 함께 기재하게 되면 총기 구매는 분명 줄어든다.
그러나 사실 이들의 구매 감소로 인한 이익 감소는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범죄자와 정신병자들이 총기를 구매하지 못하게 돼 전체적으로 총기범죄가 줄어 들면, 자기 방어용 목적으로 총기를 구매하는 선량한 시민의 수도 급감하기 때문이다.
클린턴 대통령 재임시인 1993년부터 2000년까지는 매년 범죄율이 급감해 살인의 경우는 이 기간 동안 무려 42%나 감소했다. 그러자 총기 구매 역시 급감했다. 총기 판매업계에선 소위 암흑의 시대였다.
미국 시민 중 총기 구매자의 신원 조회에 반대하는 인구는 고작 8%다. 총기를 갖고 있는 가구 중에서 11%만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전 국민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 중 신원 조회가 불투명한 이유는 총기제작자와 판매자의 이권 다툼 때문이다. 현재 상원에 제출될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의 특성상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원에서조차 살상용 공격 무기 구매 금지, 대용량 탄창 판매 금지 등은 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