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회의 어린이 영어예배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교회 제공 |
어린이·청소년 영어예배는 지난해 말 일부 교회들의 ‘사전 인터뷰’라는 예배 참석조건 탓에, ‘영어 과외’ ‘조기 영어교육’ 현장으로 변질됐다고 일반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실제 몇몇 대형교회 어린이 영어예배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그들의 인터뷰는 정말 ‘불순한 의도’일까.
이에 대해 서울 한 강남권 대형교회 어린이 영어예배 K전도사는 “영어권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청소년 영어예배가 있는데, 종종 영어에만 관심이 있어 오는 친구들도 있다”며 “저희는 오로지 예배에만 집중하기 위해 사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회 어린이 영어예배에는 매주 150여명이 참석하며, 매달 한 차례씩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3년 이상 외국 거주자나 외국인들의 경우 인터뷰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주요 참석자들은 교포 출신이나 외국에서 살다 입국한 어린이들이 대부분. 순수 외국인은 많지 않고, 참석자들 중 4분의1 이상이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전도사는 “영어로만 예배가 진행되는데, 참석자들이 설교나 찬양의 의미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예배에 의미가 없지 않느냐”며 “한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는 한국어로 하는 예배가 있으니…”라고 했다. 그는 “저희 예배는 외국에서 살다 오거나 영어가 더 편한 친구들을 위해 개설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예배 뿐 아니라 ‘분반공부’가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K전도사는 “영어를 배울 목적으로 예배에 오는 친구들도 있지만 뭐라 이야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영어만 쓰는 친구들과 영어를 더듬더듬 하는 친구들이 한 반에서 함께 공부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어린이 영어예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강남권에 교회가 있다 보니 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아이들이 많은데, 한국어 예배에 갔다가 언어가 어려워 (영어예배로) 다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영어는 2차적 도구로 전도의 기회를 삼거나 필리핀·베트남 등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선교의 기회도 될 수 있고, 이런 이들 중 공동체에 속해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저희 예배가 그런 공동체를 만드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어가 중요한 도구이지만, 사역자로서 당연히 예배가 먼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것이 일종의 딜레마라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강북의 다른 교회도 사전 인터뷰를 진행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유는 비슷하다. “어느 정도 아이들이 (영어를) 이해해야 예배가 진행 가능하다”. 또다른 강남권 한 대형교회는 인터뷰를 진행하지는 않지만, 영어예배를 소개하면서 처음부터 “영어실력 향상”을 이유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다른 강남권 한 대형교회 어린이 영어예배 담당 J전도사는 “영어를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찾는 편이고, 별다른 인원 제한이나 사전 인터뷰 조건은 없다”고 했다. ‘전도 기회’에 대해서는 “성인들은 모르겠지만, 어린이 영어예배의 경우 효과가 좀 있는 것 같다”며 “예배에 많게는 80-90명, 적어도 60-70명은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 전도’로 유명한 강북권 한 교회에는 연령대별 영어예배가 마련돼 있다. 이 교회의 어린이 영어예배 목표는 ‘영어를 통해 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다. 이 교회는 예배에 참석하는 어린이들의 영어 실력이 전혀 평가대상이 아니다. 목적 자체가 ‘전도’에 있기 때문에, 영어 자체에 큰 목표를 두지 않는다는 것.
이곳 유년부(초 1-2) 영어예배 순서를 보면, 20여분의 영어 찬양 이후 간단한 인사말을 교사들과 영어로 주고받고, 함께 기도문을 한 줄씩 따라 읽으며, PPT로 제작한 교회 자체의 ‘바이블 스토리’를 원어민 교사들이 읽어준다.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다 듣고 나면 설교자가 나와서 간략히 내용을 설명하고, 한 문장씩 읽어가면서 의미를 살펴본 후 전체 결론을 함께 외우고 기도한다. 헌금 찬양과 기도 이후, 함께 영어로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예배가 마무리된다.
이 교회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예배 후 2부 순서이다. 외국 영화를 시청하거나 쿠키를 함께 만들면서 교사들과 영어로 대화하고, 십계명이나 사도신경을 외우기도 한다. 담당 L전도사는 “초등학생 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이므로, 어린이 전도에 관심이 많은 교회 특성상 영어를 통해 아이들이 예배를 접하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으로 영어예배가 시작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전도사는 “아이들이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있는 영어예배에 믿지 않는 친구를 데려와 함께하기도 하고, 이렇게 발을 들여놓은 친구들이 부모를 교회로 데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1주일에 한 번이기 때문에 사실 영어예배를 통해 영어를 배우려 하기보다는, 오후 시간대에 예배드리고 싶은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 어린이 영어예배에는 원어민 교사 자녀들이나 특목고 학생들도 참석하고 있다.
어린이 영어예배에 대해 연구해 온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 대해 “일각의 비판에 대해 수긍할 수도 있지만 예배가 왜 그래야 하느냐는 식의 반응은 사실 순진한 이야기일 수 있고, 영어예배가 시작된 이유도 영어교육을 위해서가 아니었고, 영어예배가 영어교육 현장으로 변질된 것도 아니다”며 “그러므로 ‘조기 영어교육 현장’으로 변질됐다는 문구 자체는 현상을 잘못 이해했거나 ‘수박 겉핥기 식’으로 대충 파악하고 내린 결론”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인터뷰를 실시하는 교회들의 경우 영어교육을 위한 사전 테스트 성격이 아니라, 예배에 좀더 집중하기 위해서 아니냐”며 “예배를 위해 영어가 필요해서 취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또 “어차피 영어를 하나의 ‘도구’로 전도에 활용하려는 교회도 있지 않느냐”며 “교육 사각지대에 위치하거나 그런 환경의 아이들을 위해 주중 영어교육을 실시하는 교회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감안한다면 영어예배는 하나의 ‘모티브’로서 작용하는 긍정적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