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이 2월 18~20일 3일간 서울 종로 사직동 양의문교회(김준범 목사)에서 ‘개혁주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제27기 정기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 연구원은 설교자들에게 개혁주의의 토대 위에 하나님 말씀을 어떻게 전파할 것인지를 실제적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1992년 9월 설립됐다. 1993년 6월부터는 영국의 ‘The Banner of Truth’ 잡지와 협력해 ‘진리의 깃발’을 간행하고 있다.


▲김성봉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둘째 날 강사로 나선 김성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는 ‘개혁교회의 연합 활동과 신학의 일치성’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최근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를 앞두고 진보와 보수교계 간 대타협 논의가 무산된 것을 지적하며, 성경적 개혁교회의 바람직한 연합 모델을 제시했다.

은근히 숨겨왔던 보수와 진보의 간격 드러나

김 목사는 “WCC 대타협 선언문(이하 선언문)은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에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질 내용인데, 이를 반대하는 자들은 ‘신앙양심을 저버린 것이며,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한다”며 “그동안 이런 신앙적인 입장 차이를 은연 중에 느끼면서도 언급하지 않거나 은근히 숨기거나 굳이 내색하지 않았었는데, 이번 일로 각각의 신앙 입장이 대명천지에 드러나게 됐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으며 가능한 그 말씀의 교훈대로 살아가려는 신앙 입장과,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면서도 더 이상 성경에 매이지 않는 신앙 입장이다. 심지어 대놓고 성경을 비판적으로 대하고 거슬러 행하는 입장도 기독교라는 이름 아래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가 “개종을 강요하는 전도와 66권 성경의 무오를 주장하는 내용은 21세기 인류 보편의 지성과 함께 할 수 없는 반지성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주장한 것과 ▲한국문화신학회가 “말씀과 성서의 텍스트를 단지 문자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은 인간의 지혜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초월적 자유를 감추는 위험한 우상숭배”라고 주장한 것 ▲에큐메니칼 기독여성들이 “성명의 4가지 주장은 에큐메니칼 기독 여성들이 간직해 온 신앙적 양심과 고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힌 것 등을 언급하며, “이는 이 땅의 기독교인들 사이에 있는 부인할 수 없는 간격이며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학적 지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이어 “성경적 개혁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은 어느 정도의 신학적 일치성을 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독교인, 최소한 사도신경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우선 그는 “기독교란 이름 아래 로마 가톨릭, 그리스/러시아 정교회, 성공회 뿐 아니라 온갖 이단 사이비까지 들어있다. 너도나도 십자가를 들이대며 스스로를 기독교라 하는데, 기독교란 이름만 믿고 연합을 시도했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신앙고백에 무관심하며 무분별하게 처신하는 연합은 백해무익하다”며 “사도신경을 문자 그대로 믿고 고백하는 정도를 기독교인으로서 최소한의 신앙의 일치라고 여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한의 선으로도 배제되는 그룹들이 있는데, 삼위일체를 부인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나 유니테리언적 기독교다. 이에 더하여 놀라운 것은 형식적으로는 사도신경을 고백하면서도 그 내용을 문자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대 지성주의에 물든 기독교”라며 “이번에 문제가 된 선언문의 경우 쌍방 간에 이 정도에 있어서 최소한의 일치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라고 했다.

개혁교회 전통 신앙고백 공유는 이상적 연합 모델

김 목사는 “사도신경 정도의 신앙고백을 넘어서 보다 포괄적으로 신앙고백을 공유할 수도 있는데, 개혁교회의 전통 있는 고백서인 ‘하이델베르크교리문답’이나, ‘벨직신앙고백서’, ‘도르트신경’,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 같은 것”이라며 “이런 신앙고백서를 공유할 경우에는 개혁신앙 중에서도 이미 엄밀한 개혁신앙에 서 있는 것이며, 이상적인 교회 연합은 이런 정도의 신앙고백을 공유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문제는 믿음의 일치를 보장할 수 없는 기독교가 다양하게 있다는 사실에 있다”며 “선언문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 보았듯이 더 이상 동질로 여길 수 없는 신앙 내용들이 기독교란 이름 아래, 심지어 개혁교회 혹은 장로교회란 이름 아래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개혁주의적 에큐메니칼 운동으로 ▲불링거의 에큐메니칼 정신 ▲칼뱅의 교회연합 원리 ▲반틸의 개혁주의적 에큐메니즘을 꼽았다.

에큐메니칼은 WCC 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 목사는 연합활동과 관련, “에큐메니칼은 WCC 진영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 정신은 본래 성경으로부터다. 신약은 기독교인들의 일치에 대하여 확실하게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의 연합 ▲세상이 믿도록 하기 위한 교회의 연합과 선교사역을 위한 교회의 연합 ▲신앙고백을 확인하며 당면한 사안에 따라 포용의 폭을 조절하여야 할 것 ▲불관용과 관용을 동시에 활발하게 발휘하여야 할 것을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관용은 하나님의 말씀과 건전한 교훈 안에 놓여 있다. 17세기 화란 개혁교회들은 성경적인 의미에서 ‘동시에’ 불관용하고 ‘또한’ 관용했는데, 아르미니우스주의파의 오류를 명백하게 저지하고 조금도 타협하지 않았으며, 동시에 혼란에 빠졌으나 배울 마음이 있는 신자들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발휘했다. 이렇게 불관용과 관용이 동시에 발휘된 것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존경과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WCC·WEA 참가자들, 서로의 신학적 차이 인식해야
결별하든지, 적극적으로 발언해 전체에 영향 끼쳐야

김 목사는 ▲한장총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 교단 다 체제 운동’의 경우, 진보 교단들이 변화된 신학 입장을 따라 WCC 선언문과 같이 ‘양심선언’을 하면 연합이 어렵다는 것 ▲WCC와 WEA 세계대회의 한국 개최의 경우, (참가자들이) 신학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결별하든지, 그 조직 안에 머물러 있겠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전체에 영향을 끼쳐야 하며, 서로의 신학적 차이가 드러난 만큼 서로에게 간섭하지 말고 각자의 다름을 인정할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목사는 “성경적 개혁교회는 이미 좁은 길을 가기로 마음을 다진 교회다. 우리 모두는 성경적 개혁교회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당면한 사안에 따라 획일적이 아니라 융퉁성 있게 임할 수 있어야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제27기 정기세미나. ⓒ신태진 기자

한편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상규 교수(고신대), 주도홍 교수(백석대), 황봉환 교수(대신대), 김창훈 교수(계약신학대학원), 송용조 목사(양의문교회), 서문강 목사(중심교회), 서창원 목사(삼양교회), 김효성 목사(합정동교회), 노창영 목사(개봉교회), 김현배 목사(독일함부르크 한인선교교회) 등이 강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