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경찰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전 경찰 간부의 딸과 그의 약혼자, 경찰 2명을 살해한 크리스토퍼 도너가 자살한 후, 오히려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은 그를 수배하며 전직 해군 장교이며 극한의 생존 훈련과 살인 기술을 배운 지극히 위험한 존재로 묘사했다. 그러나 중동으로 해외 파병됐던 군인이며 무공훈장까지 받았던 이력이 소개되면서 이야기는 반전되기 시작했다.

경찰은 그가 해고에 불만을 품고 살인을 저지른 후 도주했고 동료 경찰들까지 표적살해 대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지만 흑인인 그가 로드니 킹 사건을 언급하며 경찰 내 인종차별 문제, 용의자 폭행 문제를 거론하자 또 분위기는 반전됐다.

게다가 그는 눈발이 거세게 날리는 빅베어에 은신해 여유만만하게 경찰 특공대까지 따돌렸다. 경찰 수백명에 헬기까지 동원됐지만 그는 무려 일주일이나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했다. 막판 궁지에 몰리자 그는 체포되기보다 자살을 택했다. 경찰은 도너가 자살하며 은신처인 오두막에 불을 질렀다고 했지만 네티즌들은 그가 자살을 위장하기 위해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무사히 도주했을 것이란 추측까지 내어놓고 있다.

현재 "우리는 크리스토퍼 도너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페이스북에는 무려 1만8천명이 함께 하고 있다. 그들은 도너를 4명을 살해한 범죄자가 아닌 경찰 개혁을 부르짖던 영웅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도너가 경찰의 과도한 추격으로 인한 피해자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는 부패한 경찰을 죽였고 경찰은 무죄한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경찰이 취해온 인종차별적인 성향들로 인한 반감을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인권변호사인 라이스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LA 경찰은 흑인들을 향해 적대적인 인종차별 문화를 갖고 있다. 이것과 싸우는 것은 마치 육탄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