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동성애 문제를 인권의 논쟁이라 부를 것인가? 철저히 돈에 좌지우지되는 파워 게임이라 봐야 하지 않을까?
보이스카웃연맹이 4일부터 6일까지 텍사스에서 열고 있는 이사회에서는 동성애자 지도자와 멤버를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보이스카웃도 보통 수준이 아니다. 이사회에 앞서 언론에 동성애 문제를 살짝 흘린 후, 여론의 간을 보고 나더니 썩 자신이 없어졌나 보다.
이사들은 “100년 이상 지켜온 규정을 폐지하기엔 좀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5월 총회 때까지 결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논의를 충분히 했으니 발표한다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보이스카웃은 7개월 전만 해도 강경하던 반동성애 입장을 급속히 누그러뜨렸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우리의 초점은 청소년들의 인성 계발과 가치에 바탕을 리더십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단원들과 오랫동안 대화해 왔다"라고 말했다. 즉, 청소년들의 인성을 계발하고 리더십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동성애를 허용해야 한다는 그럴싸한 이유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그럴싸한 이유를 달아놓고 또 금새 보이스카웃이 새침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보이스카웃은 동성애 금지 조항을 놓고 2000년 대법원에서 승소한 후 계속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동성애 단체의 재정적 압박과 함께 회원수가 무려 21%나 감소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동성애자들이 주도하는 단체로부터 후원금이 끊긴 것은 물론 공간 대여 및 기부금 수령 등에도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이런 시점에서 결국은 돈 때문에 동성애자에게 문을 열 수 밖에 없단 결론에 도달했지만 이 내용을 살짝 언론에 흘렸을 때 반응은 양분됐다. 동성애자들이야 예상했던 대로 환영했지만 사실상 보이스카웃을 구성하던 수많은 보수층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미국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남침례회의 지도자들은 "수많은 개신교 신자가 탈퇴할 것", "보이스카웃에 재앙적 요소가 될 것"이라 경고했다. 보이스카웃 최대 참여자(전체 회원 중 12%)이자 후원자(전체 후원금 중 25%)인 몰몬도 동성애를 반대한다. 보이스카웃 단원이었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도 거들었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이 생각났는지 보이스카웃은 돌연 친동성애 정책 결정을 5월까지 연기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동성애 단체들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새로운 로비와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보수층에서는 5월 총회를 앞두고 심기일전하고 있다. 이 두 세력의 파워 게임에서 과연 보이스카웃이 무엇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동성 결혼을 허가한 후 1년만에 경제적 효과만 2억5900만 달러를 봤다”는 뉴욕 블룸버그 시장의 말에 보이스카웃이 혹할까 걱정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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