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학선 목사.

인천동수교회 주학선 목사는 ‘예배학’ 전공자로, 감신대와 협성대 등에서 강의를 하다 목회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에서 오래 목회했고, 한국 감리교회 예배의 기원과 발전방향을 연구해 <한국감리교회 예배(KMC)>를 펴내기도 했던 주 목사는 “신학자들의 경우 현장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교수와 목회를 겸임할 수 없게 돼 있어 아쉽다”고 밝혔다. 출판사 이름도 ‘예배, 예전’이라는 뜻의 ‘리터지(liturgy)’라고 정할 정도로 예배에 관심이 많은 주 목사는 특히 ‘성찬의 회복’을 강조했다.

“성찬을 자주 하니 ‘천주교를 따라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초대교회 전통을 따를 뿐입니다. 말씀과 성찬이 예배에서 중요한 요소들인데, 천주교(구교)는 말씀을 잃었고 개신교(신교)는 성찬을 잃었어요. 천주교에서도 최근 말씀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놓고 ‘개신교 따라하기’라고 할 순 없잖아요. 잃어버린 원래 예배를 회복하려는 것 뿐이에요.”

그가 시무하는 인천동수교회는 지난해 4월부터 매 주일 1부예배에서 성찬예식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하던 성찬식과는 진행이 약간 다릅니다. 제가 있었던 미국 연합감리교회 틀을 따르면서, 성만찬의 의미나 감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목회에서 예배를 제일 강조하는데, 단순한 강조가 아니라 예배가 삶이 되도록 설교 등을 통해 교육을 많이 실시합니다. 주일 대예배 때는 아니었지만 다른 예배나 프로그램마다 성찬식을 경험케 해 성찬의 영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어요.”

동수교회 성찬식에서는 성만찬 제정사나 하나님에 대한 감사, 성령의 임재 기원 등을 통해 ‘살아있는 성찬’이 되도록 한다. “화체설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살과 피를 받는 예식이 분명히 제시되고, 성도들도 함께 고백하는 순서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교회 성찬식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형식에 치우쳐 있어서 이를 더 참여하고 경험하도록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하는 예식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또는 상황이나 절기에 따라 바꿀 수 있죠.”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매주 성찬식을 하는 교회는 흔하지 않다.


▲동수교회는 지난 송구영신예배 때도 성찬식을 가졌다.

매주 성찬식을 하면 감동이 줄거나 식상해지진 않을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이제는 성도들이 성찬식을 빼면 ‘예배드리는 것 같지 않다’고들 하세요. 사실 예배 때 하나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예배드렸다고 할 수 없잖아요? 물론 성만찬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진 않지만, 오감(五感)으로 하나님을 경험하는 특권을 주셨는데 가끔 할 순 없죠(웃음).”

그에게 성찬은 ‘생명의 밥’이다. “그리스도의 몸을 먹지 않고 한 주간을 사는 건, 굶고 사는 것과 같아요. 매일 하면 더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떡을 떼면서 주님의 말씀을 기억했는데, 그게 예배가 아닐까요? 저는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예배 중 모든 의식을 다 버리고 하나만 남기라’고 했다면, 아마 설교가 아니라 성찬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활의 주님을 경험하고, 생각하며, 묵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함께 떡을 떼고 나누는 것이겠죠.”

그 결과 성찬예식 자체에 감동을 느끼면서 예배드리는 성도들이 늘어났고, 주일 낮예배에도 성찬식이 정착됐다. “예배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신비감’과 ‘상징성’입니다. 그간 한국교회가 새신자들이 편하게 예배드릴 수 있도록 틀도 바꾸는 등 선교적 관점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봐요. 불신자들이 왜 교회로 찾아올까요? 세상에서 경험 못한 종교적 체험을 원할 것입니다. ‘예배’를 통해 이를 상징적으로 경험하게 해야죠. 예배 드리는 ‘공간’ 자체가 이미 세상과 다른 특별한 곳인데, ‘아, 내가 세상과 다른 곳에 있구나’ 라는 고백이 나오도록 말입니다. 물론 지나쳐서 장식에 치중하는 것을 조심하면서 예배를 디자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떡을 떼어 포도주에 담그는 모습.

동수교회는 단지 경건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넘어, 깊이있고 평소에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예배를 위해 시간대별로 다양한 형태로 예배드리고 있다. 그리고 절기를 중요시해, 사순절과 성금요일 등에는 침묵하면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묵상한다. “동시에 가장 강조하는 점이 ‘삶의 예배’입니다. 한 주간의 삶이 주일예배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주의 교회가 최근 들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데, 거룩한 삶을 강조하다 성속(聖俗)을 나누는 이원론적 세계관에 빠지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주 목사는 삶과 신앙을 연결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일에 특별한 경험을 하지만, 그 영적인 감동이 삶에서 평소 녹아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우리 삶의 현장은 세상 아닙니까? 그래서 사역도 교회 안에서만 하지 말고, 주민센터 봉사나 지역사회 여러 프로그램에 자꾸 참여하도록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