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남교사의 여학생 체벌 사건을 계기로 학교 체벌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폭스뉴스와 AP 통신,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6일 포트워스의 스프링타운 고교가 학교위원회를 열어 남자 교사도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전격 개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남자 교감이 여학생들에게 곤장을 친 것을 두고 `이성 체벌'을 금하는 교칙 위반이란 지적이 제기되자 시비 소지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24일 저녁 이뤄진 학교위원회의 교칙 개정은 관할 교육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켈리 교육감은 현지 WFAA 방송과 인터뷰에서 "당시 학교위원회는 정례적으로 열린 회의"라며 "내가 체벌의 `성차별'을 없애라고 위원회에 요구했다는 말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이 고교 남자 교감에게 매를 맞은 두 여학생의 사연을 ABC 방송이 보도하면서 전국적 이슈로 부각됐다.


산토스 테일러라는 한 여학생은 급우에게 과제물을 보여준 사실이 발각돼 이틀 간 학교 내 구금 처분을 받게 되자 "유기정학을 받아 학점이 깎이느니 매를 맞겠다"고 체벌을 자청했다. 테일러의 과제물을 본 제다 와트라는 여학생은 반성하는 기색 없이 교사에게 빈정거렸다는 이유로 매를 맞았다.


두 여학생의 학부모는 "딸이 맞을 짓을 했다"며 체벌 자체에는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남자 교사가 체벌을 가해 아이들의 엉덩이가 벌겋게 붓고 멍자국도 생겼다는 것이다.


여학생들에게 매를 든 교감과 학교 측은 학부모와 교내 경찰관 입회 하에 체벌을 줬고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사전 동의 각서를 제출했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다의 어머니는 "나도 어릴 때 맞았고 지금도 학교 체벌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엉덩이에 멍이 생길 정도로 남자 교감이 여학생에게 지나치게 강한 힘을 사용해 체벌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교사가 여학생을 때리는 것은 남학생들에게 `여자를 때려도 괜찮다'는 메시지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는 학교 체벌을 허용하는 미국의 19개 주 가운데 하나로 주내 전체 교육청의 75%가 학생의 연령 구분 없이 체벌을 교육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의회에서 학교 체벌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주민들과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번번이 폐기됐다.


텍사스는 올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릭 페리 주지사가 정교분리 위배 논란에도 신앙 부흥집회를 주최할 정도로 기독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고 보수적 성향이 짙은 곳으로 유명하다.


켈리 교육감은 AP 통신과 통화에서 "텍사스가 이번 문제로 눈에 멍이 들었지만 여기 주민들은 교육청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다"며 "이건 시빗거리가 안된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