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최근 성범죄 근절을 위한 '거세(去勢)'가 논란이 된 가운데 거세를 통해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인하대 기초의과학부 민경진 교수와 고려대 생명공학부 이철구 교수팀은 조선시대 환관(궁중에서 사역하는 거세된 남자)들의 족보인 '양세계보'를 분석해 환관들이 같은 시대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남성의 평균 수명은 여성에 비해 약 10% 짧은데, 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원인으로 여러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게 남성호르몬 분비다.
남성호르몬은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면역기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거세가 동물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됐지만, 사람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금까지의 두 연구는 결과가 상반된다. 한 연구팀은 1900년대 초반 미국의 정신병원에서 환자 관리를 위해 일부 환자를 거세했는데 거세한 환자가 거세하지 않은 환자보다 평균 수명이 13년 길어졌다고 보고했다.
반면 또 다른 연구팀은 소프라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변성기 이전에 거세한 가수의 수명이 거세하지 않은 다른 가수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팀은 조선시대 환관들이 생식기관이 불완전한 남자를 입양해 대를 잇고 이를 족보로 기록한 양세계보를 분석했다.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81명의 환관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명은 70세로 당시 51~56세를 살았던 양반들에 비해 최소 14년 이상 오래 살았다.
심지어 이들 중 3명은 그 당시 100세, 101세, 109세까지 장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경진 교수는 "중국 등 여러 문화권에서 환관이 존재했지만 입양을 통해 대를 잇고 이를 족보로 기록한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했기에 가능한 연구였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남성호르몬 차단한 항노화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생명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 피인용지수 9.647)'에 이날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