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천국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랑의 매'로 표현되는 엄한 학교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주에서 학생에게 신체적 체벌을 가하고 체벌이 금지된 주는 다른 강력한 수단으로 제재를 가한다.
이젠 한국에선 큰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학생의 교사 폭행은 죄수가 교도관을 때리는 것에 비유될 만큼 미국에선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왕따와 폭력, 금품 갈취, 절도 등 못된 짓을 하다 걸리면 일단 학교 내 보호소에 격리돼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관의 감시를 받는다.
이들 문제 학생은 대부분 정학을 받고 비행 사실이 학적부에 기록돼 진학 때 불이익을 받는다. 미국 고교생의 중퇴 비율이 25%에 이르는 것과 이와 무관치 않다. 조지아주의 경우 학생이 교실에 휴대전화를 반입하면 1회 적발 시 부모 소환, 2회 시 특별 교육, 3회 시 정학 등 중징계를 받는다.
`스승 그림자도 밟아선 안된다'는 말은 적어도 미국에선 옛말이 아니다. 애틀랜타의 풀턴 카운티 교육청은 9월 새 학기에 발표한 공립학교 교칙을 통해 식당 등 학교 내 시설로 학생들을 인솔하는 담임교사를 앞질러 지나치는 학생은 `침묵의 형벌'에 처하도록 했다.
점심시간에 급우들과 떨어져 식사하고 혼자서 식사를 해도 주위에 말을 걸어선 안된다. 미국 교육 현장이 얼마나 살벌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교사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최근 텍사스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남자 교감이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ABC 방송에 따르면 포트워스의 스프링타운 고교의 여학생인 테일러 산토스는 교사에게 제출할 과제물을 급우에게 보여준 사실이 드러나 `2일간 교내 격리'란 처분을 받게 됐다.
그러나 테일러는 이틀간 수업에 빠지면 학점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유기정학 대신 곤장을 맞겠다고 요청했다. 학교에 소환된 엄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테일러는 몽둥이로 엉덩이를 맞았고 그의 과제물을 베낀 다른 여학생은 경찰 입회 하에 매를 맞았다.
문제는 두 여학생에게 체벌을 가한 교감이 남성이었다는 데서 비롯됐다. 텍사스주는 체벌을 허용하고 있지만 남학생은 남자교사가, 여학생은 여자교사가 곤장을 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에 불려간 학부모들은 "교칙을 어기고 남자 교사가 체벌을 가해 아이들의 엉덩이가 벌겋게 달아올랐고 멍도 생겼다"며 항의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가 체벌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고 체벌 시 여교사가 입회한 사실을 강조했으나 학부모의 제보를 받은 언론이 `이성 체벌' 문제를 조명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50개 가운데 19개 주가 학교 체벌을 허용하고 있다. 체벌을 허용하는 주는 조지아와 텍사스 등 기독교세가 강한 남부에 집중돼 있다.
이번 소동을 두고 이들 지역에서는 "학교가 체벌 전에 교칙을 잘 살펴봐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체벌 자체에 시비를 거는 의견은 찾아보기 어렵다. ABC 방송은 "엄마는 남자 교감이 볼기짝을 때린 것에 화났다"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