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신디 류(55·한국명 김신희) 미국 워싱턴주 하원의원에게는 '한인 여성 최초'라는 말이 따라다닌다.


2008년 워싱턴주 쇼어라인 시장에 당선되며 미국 내에서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시장을 지냈고 2010년에는 워싱턴 주의회 선거에 출마해 첫 한인 여성 하원의원이 됐다.


오는 1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국민생활체육회가 주최하는 세계한민족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류 의원은 14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하며 "8월 예비선거에서 70% 가까운 표를 얻었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았다"고 밝게 웃었다.


196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류 의원은 워싱턴대 미생물학과와 같은 대학의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1983년 보험업을 하는 류창명 씨와 결혼해 10년 넘게 함께 보험업에 종사했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40대 중반이던 2003년 처음으로 정치 입문을 결심했다.


"당시 쇼어라인 시장이 도로 공사를 하면서 인근 상인들에게 아무 대책도 없이 모두 나가라고 했어요. 우리 사무실을 포함해서 전체 상가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한인 상가였죠. 소상공인회에서 시에 아무리 항의를 해도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매일 불평만 하고 있는데 10대 딸이 듣다못해 '그럼 엄마가 뭐라도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로 처음 도전한 선거에서는 아깝게 떨어지고 2005년 시의원에 당선된 이후 시의원 가운데 선출하는 시장에까지 뽑혔다.


곧이어 주의회까지 진출한 그는 "한인 여성 최초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이민 역사에서 지금까지 선례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한다.


현재 워싱턴 주의회에서 한인 의원은 4선인 신호범 상원의원과 류 의원 둘뿐이다. 류 의원은 그래서 임기 중에 한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사명감을 품고 힘을 쏟았다.


"전 어려서 한국을 떠난 탓에 겉으로만 동양인이고 속은 완벽한 서양인인, 그야말로 '바나나'가 될 뻔했죠. 그런데 한국에서 오래 산 남편과 결혼하면서 한국말도 많이 늘고, 한인사회와도 교류하면서 한인사회와 소수민족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인사회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까지 오지도 못했겠죠."


그의 지역구에서 한인을 포함한 소수민족의 비율은 20~30%에 불과한데 소수민족의 투표율은 특히 낮아 실제로는 95% 이상이 백인 표라고 한다.


75세까지는 더 정치를 하면서 연방의회 진출도 모색하겠다는 류 의원은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품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의회에 견학 온 어린이들에게 제가 들려주는 농담이 있어요. 제 오빠와 남동생들이 의사고, 회사 대표고 그런데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정치인인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요. 정치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죠. 한인 부모들은 자식에게 공부해서 의사, 변호사 되라고만 하지 정치인 되라고는 잘 안해요. 하지만 미국에서 한인들이 당당하게 뿌리내리고 살려면 정치인이 되거나, 적어도 정치에 관심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