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지난 2001년 9.11 테러 몇 달 전부터 알 카에다의 미국 내 테러 계획에 대해 여러 차례 사전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측근의 강경 보수세력 '네오콘' 인사들이 정보당국의 이러한 보고를 무시한 결과 부시 행정부가 테러 경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1일 보도했다.
그간 공개되지 않은 백악관 보고의 발췌문과 최근 기밀 해제된 기록 등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그해 봄부터 알 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에 대해 직보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5월1일자 대통령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내에 있는 그룹'이 테러 공격을 계획 중이라고 보고했고, 6월22일자 일일 브리핑에서는 알 카에다의 공격이 임박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를 차지한 네오콘 인사들은 CIA의 이같은 보고가 오사마 빈 라덴의 허위 정보에 놀아난 것이라며 백악관을 설득했다고 한 정보당국 관리와 다른 부시 행정부 인사가 NYT에 밝혔다.
네오콘 인사들은 빈 라덴이 진짜 위협인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으로부터 미국의 관심을 돌리려 가짜 테러 계획을 꾸며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보당국은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빈 라덴이 세속주의자인 후세인과 손을 잡고 음모를 꾸민다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항의했다.
CIA는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허위 정보 작전의 표적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6월29일자 브리핑에서 빈 라덴 측근 인사들이 향후 테러 공격을 경고했다는 한 중동 언론인과의 인터뷰 내용 등을 들어 네오콘의 주장을 반박했다.
CIA는 또 빈 라덴과 끈이 있는 첩보원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상당수의 인명 피해를 포함한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테러 공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는 첩보도 제시했다.
그러나 CIA의 이러한 노력도 당시 기세등등했던 네오콘의 위세 앞에 눌렸고, 백악관은 의미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에 CIA 테러대응센터의 관리들은 크게 분개해 앞으로 벌어질 테러 공격의 책임을 질 수 없다며 타 부서로 전출을 논의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어 7월11일에는 알 카에다와 연관돼 있는 무장세력 지도자 이븐 알 카타브가 추종자들에게 곧 아주 큰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첩보가 백악관에 보고됐다. CIA는 7월24일자 브리핑에서도 공격 계획이 몇 달가량 연기됐으나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한 정보당국 관리에 따르면, 부시는 공격 가능성을 경고한 이러한 브리핑들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느끼고 대신 알 카에다의 역사에 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9.11 한 달 전인 8월4일에는 테러 계획 참가자인 모하메드 알 카흐타니가 플로리다 주 올랜도 공항에서 세관당국에 적발돼 해외 추방됐다. 또 2주 뒤에는 다른 참가자인 자카리아스 무사위가 미네소타 이민 당국에 체포되는 등 여러 실제 징후가 포착됐으나 부시 행정부는 대응에 실패했다.
이상을 종합하면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의 사전 경고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더욱 무관심했다고 NY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