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우리나라 외교관·주재원 자녀와 '기러기 부모'를 둔 학생이 밀집한 미국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Fairfax) 카운티의 비영어권 학생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페어팩스 학교 시스템이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진행되는 영어 수업)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예산 문제에 봉착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북부의 페어팩스 카운티는 워싱턴DC에서 근무하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외교관과 상사 주재원 등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곳으이며 미국 내 상위 공립학교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WP에 따르면 이 카운티의 초·중·고교에 등록한 전체 학생은 새 학년이 시작된 이달 현재 18만1천500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가정에서 영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학생이 50%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ESOL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은 17%에 달하는 3만1천500명으로 전년 대비 33%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ESOL 수업에 학생당 연간 3천300달러가 투입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새로 등록한 7천652명을 위해 2천530만달러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미국 연방 법이 각 학교에 비영어권 학생을 위한 영어 수업을 하도록 요구하면서도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대부분 비용은 지방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WP는 지적했다.


페어팩스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인 라이언 매클빈은 "학생들이 영어를 못하고, 또 그 이유로 다른 과목을 배울 수 없다면 교육에 심각한 장애가 생긴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영어권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2013학년도 예산에 160명의 ESOL 교사를 신규 채용하는 비용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ESOL 교사는 860명으로 늘어났다.


인구 조사에 따르면 페어팩스 카운티에는 이민자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주민 4명 중 1명이 외국 태생이고 3명 중 1명은 집에서 영어를 쓰지 않는다. 인근 알링턴 카운티는 ESOL 등록 학생이 16%, 몽고메리 카운티는 13.6%, 워싱턴DC는 10%다.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에서는 160개 이상의 외국어가 사용되며 가장 많은 언어는 스페인어, 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이다.


가계당 평균 소득은 10만5천달러로 미국에서 두번째로 높다. 이 카운티의 ESOL 책임자인 테디 프레더리스는 "매우 국제화한 공동체로 다언어적이고 다문화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많은 학생은 이민자 2세로 영어 수업이 덤으로 필요하기는 하지만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영어도 상당히 능통하다고 소개했다.


린브룩 초등학교 교사인 로즈 마틴은 "이런 다양성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여러 과제가 있다"며 "교육에 적극적으로 끼어드는 미국인 부모와 달리 이민자 부모들은 종종 교사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자녀 교육에 거의 간여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페어팩스 카운티의 ESOL 프로그램은 1975년 대부분 베트남 난민인 275명의 학생을 상대로 시작됐다. 수강자는 2008년 2만1천751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그때보다 4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