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연방 법원이 공직 선거 때 투표자에게 주정부가 발급한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소수 인종과 빈곤층의 투표권을 가로막는 행위라는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DC 소재 연방항소법원은 30일 텍사스주가 '투표자 신분 확인법(voter ID law)'을 도입하면서 소수민의 투표권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전원합의 재판부는 새 신분증을 발급받는 비용이 텍사스주에 사는 가난한 흑인이나 히스패닉에게는 큰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테이틀 판사는 56쪽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법에 차별적 요소가 없다고 텍사스주가 제시한 증거가 '설득력이 없거나, 법적 효력이 없거나, 또는 둘 다'라고 설명했다.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버지니아, 뉴햄프셔, 오하이오, 조지아, 인디애나 등 일부 주정부는 대통령이나 상·하원의원 등을 뽑는 공직 선거 때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잇달아 통과시켜 시행을 앞두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특히 이들 지역 상당수가 공화당 소속 주지사를 둔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인데다 11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의 판세를 좌우할 수 있어 민주·공화당이 격렬하게 대치해왔다.


민주당은 투표자 신분 확인법이 청년과 이민자, 빈곤층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공화당은 부정투표를 근절함으로써 신성한 투표권을 지키는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에릭 홀더 법무부 장관은 이 개정안이 위헌 요소가 있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뉴욕대 법대 브레넌사법센터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이런 조치로 50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판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진영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텍사스주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