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에서 100세 노인이 차를 몰다 어린이를 포함해 11명을 치는 대형 교통사고를 내자 고령자 운전 허용이 논란이 됐다.
30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메인스트리트 초등학교 앞에서 캐딜락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후진해 인도를 덮쳐 11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9명은 과자를 사려고 모여 있던 초등학생이었고 4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가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은 것은 사고를 낸 운전자가 100세 노인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사고 운전자 프레스턴 카터는 다음 달 5일이면 만105세가 된다. 사고 자동차도 1990년에 생산된 캐딜락이다. 카터는 운전면허를 지니고 있으며 차량등록국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고를 낸 기록이 없다.
카터는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운전 실수'로 보고 있다. 사고를 조사한 호르헤 로드리게스 경위는 "착오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 페달을 밟은 것 같다"면서 "차도로 향하지 않고 인도로 방향을 잡은 것도 착각"이라고 밝혔다.
이 사고로 고령자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인 스트리트 초등학교 학부모 베아트리스 바르가스(34)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카터 씨는 운전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운전면허에 나이 제한이 없다. 다만 70세가 넘으면 5년마다 시력 검사와 교통 법규 필답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단서 규정이 있을 뿐이다.
지난 2003년 7월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86세 노인이 노천 시장 한복판으로 차를 몰고 돌진해 10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일어났을 때도 고령자 운전 허용이 이슈가 됐지만 흐지부지됐다.
대중교통이 너무 취약해 자동차를 손수 운전하지 못하면 장애인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는 미국에서 뚜렷한 이유없이 운전을 제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사고를 낸 카터가 운전대를 놓는 것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카터의 딸 엘라 플레밍(78)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아버지에게 운전을 그만두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