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자신을 고아 출신 주한미군이라고 속이고 모자(母子)의 연을 맺기로 한 50대 여성의 집에서 2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30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모(34)씨는 지난 6월 한 스포츠 신문에서 '타로카드 운세 상담'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어 상담원 노모(56ㆍ여)씨와 통화를 했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미국에 입양된 뒤 19세에 미군 헬기 조종사가 됐다고 운을 뗀 이씨는 진지하게 말을 들어주는 노씨에게 이라크 등 전쟁터만 오가다 실력을 인정받아 소령으로 승진,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왔다며 '거짓 인생'을 털어놓았다.


이씨의 거짓 사연에 속은 노씨는 지난 7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씨를 직접 만났다. 노씨는 혼혈로 착각할 정도의 이국적인 외모에 미군 배낭까지 메고 다니는 이씨를 조금도 의심할 수 없었다.


홀로 지내던 노씨는 외국에 떨어져 사는 딸과 동갑인데다 '병가를 내 부대에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가짜 미군 청년에게 옷과 신발을 사주고 급기야 집으로 데려가 정성껏 돌봤다. 이씨는 노씨에게 '엄마처럼 모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지난 11일 노씨가 지방에 다녀오면서 자신에게 맡긴 8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금은방에 내다팔았다. 이씨를 믿고 있던 노씨는 다른 절도범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으나 지난 20일 신발장에 숨겨둔 1천500만원 상당의 흑진주 귀걸이ㆍ반지세트마저 사라지자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씨가 의심된다고 말했고 이씨는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