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열대성 태풍 '아이작'(Isaac)이 28일 미국 멕시코만 연안에 상륙할 것이라는 예보로 이 지역 주민들은 7년 전 '카트리나'의 악몽을 떠올리며 속속 집을 비운 채 떠나고 있다. 기상 당국은 강풍이 아니라 범람이 가장 우려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천천히 움직이는 이 대형 폭풍이 바닷물을 해안으로 밀어올리고 이미 축축한 땅에 18인치(45.7cm)의 비까지 퍼부을 수 있다는 예상이다.
주민들은 비상식량과 물 등을 챙기고 주유소에 길게 늘어서 차량에 기름을 채우고 있다. 항공사는 폭풍이 확장하고 4개 주(州)가 비상 상태를 선포하면서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27일 낮 현재 최대 풍속 시속 65마일(105㎞)의 강풍을 동반한 '아이작'은 미시시피 강 입구에서 남동쪽 310마일 지점에 도달했으며 시간당 14마일의 속도로 북서진 중이다.
'아이작'은 이날 밤 바람 속도가 시간당 75마일로 빨라지면서 허리케인으로 격상하고 28일 오후 11시에서 29일 오전 11시 사이에 상륙할 즈음에는 최대 풍속 90마일 안팎의 1급 또는 2급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NHC는 '아이작'이 뉴올리언스에서 플로리다 팬핸들까지 300마일에 이르는 지역가운데 한 곳을 강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05년 8월27일 상륙한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의 80%를 파괴하고 1천800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뉴올리언스 남쪽 100마일 지점에 있는 그랜드 섬의 주민들에게는 소개령이 내려진 상태다.
'아이작'은 아이티에서 8명,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나 플로리다주 남부 해안에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탬파도 비켜갈 것으로 점쳐진다.
항공사들은 26일 740편의 여객기 운항을 취소한 데 이어 27일 최소 180편을 띄우지 않은 것으로 추산된다. 28일 및 29일에는 루이지애나로 향하는 열차의 운행도 중단된다. 뉴욕발 뉴올리언스행은 애틀랜타까지만 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올리언스로 가는 기차도 샌안토니오에서 선다.
미국 기상청(NWS)은 밀물 때 '아이작'이 상륙하면 육지와 맞닿는 지점의 바다 수위가 루이지애나주, 미시시피주, 앨라배마주에서는 12피트(3.7m), 플로리다주 서부 팬핸들에서는 6피트 안팎 올라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허리케인 경보를 발령하고 긴급 사태를 선포하는 동시에 주민들에게 의약품과 식량, 물, 기타 물품 등을 준비하라고 독려하고 뉴올리언스 인근 세인트 찰스의 5만3천여 주민에게 폭풍이 닥치기 전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 릭 스캇 플로리다 주지사, 로버트 벤틀리 앨라배마 주지사도 긴급 사태를 선포했다.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멕시코만 연안 지역 주민들은 카트리나 재앙 이후 3급 허리케인에도 견딜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면서도 불안감을 버리지 못한 채 기상 예보에 귀를 기울이면서 계속 남아 있을지, 떠날지 결정하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