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당국이 올들어 급증한 미성년 밀입국자들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미국 남부 멕시코와의 국경을 통해 중남미 지역의 어린이들이 밀입국하고 있지만 이들을 무자비하게 쫓아내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최근 급증한 미성년자 밀입국 문제를 집중 보도했다. 텍사스주 이민법정의 하워드 앳삼 판사는 얼마전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판결을 하기 위해 대기자 이름을 불렀다.
대기중이던 후안은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판사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6살인 후안은 키가 너무 작아 나무 의자에 얼굴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목에 이름표를 건 후안은 법정 안내원의 인도에 따라 판사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부모나 변호인의 도움 없이 판결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후안은 비자 없이 미국에 밀입국했기 때문에 법에 따르면 추방될 가능성이 있다.
판사는 통역을 통해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과 나이를 물어봤다. 안내인이 후안을 툭 치자 그는 큰 소리로 대답했다.
판사는 연방아동보호청에 후안을 인도해 인근 주에서 불법거주중인 부모에게 보내기로 했다.하지만 이는 절차의 시작일 뿐, 이런 불법 밀입국자들은 결국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전했다.
이민법정에는 요즘 이런 미성년 밀입국자들이 넘쳐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할 나이에 불과하다. 이들은 부모 없이 미국 국경을 넘다 체포된 경우가 많다. 멕시코나 중앙아메리카 지역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주로 화물열차의 지붕 위나 버스 뒤에 매달려 국경을 넘는다. 튜브를 타고 리오 그란데 강을 넘거나 며칠을 걸어서 혹한과 혹서를 넘나드는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기도 한다.
후안과 같은 어린이들은 밀입국 안내원들이 데려온다. 미 사법당국은 이들 미성년 밀입국자들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일반 형사법원이나 가정법원과 달리 밀입국자에 대한 재판에서는 법정 변호인을 선임해주지 않는다.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없으면 변호인 없이 진행된다. 후안과 같은 미성년자도 예외가 아니다. 법원에 가기 전까지 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추방하려는 정부와 싸워야 한다.
불법 이민자들을 위한 단체인 프로바의 메리디스 린스키 소장은 "불법 밀입국한 어린이들이 법정에서 구제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밀입국을 하다 당국에 억류된 미성년자 수는 2만1천842명에 달한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48%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고향의 부모를 떠나 밀입국을 감행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부모를 찾아 국경을 넘고 있다.
지난해 라틴아메리카로부터의 이민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불법 입국자들에 대한 추방을 일시적으로 유예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이런 정책변화가 미성년 밀입국자들을 자극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그전부터 밀입국자들의 수는 크게 늘었다.
원인은 인근 국가들의 불안정한 사회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여성난민위원회가 지난 6월 텍사스주에서 밀입국한 미성년자 150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은 고국의 폭력조직과 마약밀매업자들을 피하기 위해 밀입국을 감행했다고 털어놓았다.중미 국가들에서는 폭력조직 등이 어린이들을 데려다 마약밀매 등을 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