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24일 오전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대표하는 건물이자 관광 명소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범인을 포함한 2명이 사망하고 최소 9명이 부상했다.
뉴욕 경찰은 1년 전까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맞은편 상점에서 근무하던 액세서리 디자이너 제프리 존슨(53)이 이날 오전 9시께 예전 직장을 찾아가 도로 상에서 전 동료에게 권총 세 발을 발사, 살해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이어 코너를 돌아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서 근무 중인 경비원들에게도 총을 겨눴으며 경비원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행인들도 유탄에 맞아 9명 이상이 병원에 실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들은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설명하고 이번 사건이 테러와의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레이먼드 켈리 뉴욕시 경찰국장은 범인의 신원이 확인됐다면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바로 옆에서 사건이 발생했지만 범인과 이 빌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범인은 의류 수입업체 하잔 인더스트리에서 6년간 일하다가 1년전 쯤 직원수를 줄이는 과정에서 해고된 인물로, 이와 관련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추정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일하는 목격자 다힐랴 애니스터씨는 로이터 통신에 "총소리가 세번 연이어 들렸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알리야 이맘은 `폭스 5 뉴스'에 "신호등에 서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가 엉덩이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면서 "범인은 사람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5번가와 34번 스트리트를 봉쇄했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있는 맨해튼의 미드타운은 출근 시간에 극심한 교통 혼잡을 겪었다.
최근 콜로라도주 덴버 영화관과 위스콘신주의 시크교 사원에 이어 미국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맨해튼에서까지 총기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총기와 관련된 사건에 면역이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시장은 총기규제 법안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며 불법 총기에 대응하는 시장 모임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소방 당국은 긴급의료원들이 부상자 수를 9명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는 총상을 입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9시7분에 총기 사고 신고를 받았으며 수 분 내에 사건 현장에 구조대가 도착했다.
부상자들은 인근 벨레뷰 병원 센터와 세인트 루크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맨해튼에서 가장 번잡한 지역에 있으며 빌딩의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이 매년 400만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7월 덴버의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사망하고 58명이 부상했으며 이달 5일에는 위스콘신주의 시크교 사원에서 총기 난사로 6명이 사망하는 등 총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