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연합뉴스)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사건의 피해자 유족은 "절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며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하는 피의자 강모(39)씨의 진술을 반박했다.
강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고모(65)씨의 막내딸은 23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부상한 어머니(60)와 오빠(34)에게서 들은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거실에 있고 엄마와 오빠가 안방에 있었는데 거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범인이 안방 문을 열고 들어와 오빠의 팔을 먼저 찔렀다. 엄마가 가세해 격투를 벌이다가 오빠가 넘어지면서 실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도 방바닥에 넘어졌고 베개로 배를 가리고 있는데도 배를 여러 차례 찔렀다"고 했다.
고씨 가족은 평소 밤에 현관문을 닫고 잤으나 범행 당일에는 비가 오면서 후텁지근해 문을 열어두고 있다가 불청객에게 참변을 당했다. 사건 당시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큰딸과 다른 집에 사는 막내딸은 참변을 모면했다.
눈물이 곧 쏟아질 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연 막내딸은 "범인이 우발적이라고 주장한다는데 전혀 아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셔서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엄마와 오빠 말을 들어오면 범인 말이 거짓인 것을 알 것"이라며 분노했다.
이는 경찰에서 한 강씨의 진술과 다른 부분이다. 강씨는 경찰에서 "달아나다가 몸을 숨기기 위해 단독주택으로 들어갔고 거실에 있던 고씨가 소리치자 복부와 가슴을 찔렀으며 고씨의 비명을 듣고 방에서 나온 아들과 부인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또 "뒤쫓는 사람을 피해 들어간 집에서 맞닥뜨린 남자가 소리를 질러 겁이 나 흉기로 찔렀다"며 우발적인 범행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고씨의 막내딸은 '경찰과 수원시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너무 놀라 모르겠다"면서 "남의 집에 사람이 막 들어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과 11범 강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고씨는 이날 장례를 치렀다. 그러나 부인 이씨는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씨는 수원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며 23일 복부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이씨의 아들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 집 2층에 2년째 세들어 사는 안모(52ㆍ여)씨는 "일찍 잠들어 (범행을) 몰랐다가 아침에 알고 너무 놀라서 아직도 가슴이 뛴다"며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와 왕래가 잦다는 이웃주민 김모(47 ㆍ여)씨도 "이틀 전에 만나 사람 사는 얘기를 했다. 평소에도 그랬고 그때도 표정이 무척 밝았는데 이런 일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인근 구멍가게 주인 홍모(65)씨는 "아버지(사망한 고씨)가 천천동에 밭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면서 가끔 막걸리 한 병씩을 사 갔다"면서 "누구와 다툼을 벌일 적이 없는 착한 분이었다"고 기억했다.
성폭행을 피하려다가 다친 술집 여주인 유모(39)씨는 응급병동에 있으며 다른 부상자인 손님 임모(42)씨는 응급처치실에서 기도 삽관 상태로 치료를 받고 있다. 강씨는 지난 21일 오전 0시55분께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주점에 술에 취한 채 들어가 여주인 유씨를 성폭행하려다가 실패하자 흉기로 유씨와 주점에 들어서던 손님을 찌르고 도주했다.
이어 500m 떨어진 정자동 단독주택에 침입해 고씨와 부인 이씨, 아들을 찌르고 나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 사건으로 고씨가 숨지고 유씨 등 4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