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어이, 조. 아내 주디는 잘 지내나. 이제 2주일만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겠군"
피터 비스(61)는 미국 수도 워싱턴DC 중심가의 연방의회 의사당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다. 주소나 전화, 일자리가 없을 뿐 아니라 정신분열증에 걸려 현실감각도 떨어진다.
그는 그러나 의사당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시민들에게 매일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면서 때론 행인들과 제법 오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절대 구걸을 하지 않는 그에게 길 가던 `친구'들은 베이글 빵이나 커피를 선물하면서 피터의 캐치프레이즈인 "주말까지는 길어야 나흘"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인근 연방사법센터(FJC)에서 근무하면서 출퇴근길 등에서 매일 4번씩 비스를 만난다는 게리 복위그 씨는 "피터는 이곳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다"면서 "피터와 10분간 얘기를 하고 있으면 그가 지나가는 사람 50명의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놀라운 기억력이다"라고 말했다.
미시간주(州) 출신의 비스는 웨스턴미시간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로스쿨을 다닌 이른바 `인텔리(지식인)'였으나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됐다.
한때 뉴욕의 유엔본부 인근에서 지내기도 했다는 그는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DC 의사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의회 보좌관, 싱크탱크 연구원, 경찰 등과 친구로 지내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특히 버려진 신문을 열심히 읽고 각종 정치 현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해서 한때 영국정보국(BIS)이나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요원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기도 했다.
미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1면 기사를 통해 비스가 최근 자신의 거처인 길거리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신을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연인이나 외계인이라고 주장했던 노숙자 비스가 머물렀던 아름드리 가로수 주위에는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놓아둔 꽃다발과 담배, 메모 등이 쌓였다.
그의 죽음을 뒤늦게 알았다는 상원 외교위 보좌관 에밀리 멘드렐라 씨는 "정말 슬픈 일이다"면서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얘기를 했고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고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