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수억명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인들은 매년 음식물의 40%를 낭비하며 이로 인해 최소한 1천650억 달러 상당의 농산품과 육류 음식물이 쓰레기 매립장을 채우고 있다고 미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보고서가 21일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가뭄으로 식량가격 인상이 우려되고 있음에도 불구,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음식물 낭비가 계속되고 있다고 NRDC 보고서는 지적했다.


음식물 낭비와 관련해 비효율적인 곳을 규명해 대처하려는 미 정부의 노력은 유럽, 특히 영국에서 진행중인 노력과 비교하면 크게 미흡하다고 NRDC는 밝혔다.


미국인들이 음식물 낭비에 무신경한 것은 음식물 가격이 비교적 싼 것도 요인의 하나이다. 미국에서 평균 4인 가족이 매년 낭비하는 음식물은 2천275 달러에 달한다. 이는 동남아 지역과 비교해 10배나 많으며 1970년대에 비해 50%가 늘어난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보고서를 쓴 NRDC 과학자 다나 군더스는 "음식물 낭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쓰레기 매립장의 고형폐기물 가운데 음식물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보호주의자들을 좌절케 하는 것은 소비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물을 생산하는데 물과 토지, 에너지와 같은 천연자원이 사용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RDC 보고서가 지적한 음식물 생산단계별 낭비 상황을 보면 농장에서는 시장가격 하락으로 인건비와 수송비를 건지기 어렵게 되면 때때로 농작물을 수확하지 않는다.


농부는 수확 농작물 특히 농산품의 경우 흠이 있으면 버릴 수밖에 없는데 이는 시장에서 받지 않기 때문이다.


NRDC 보고서가 인용한 한 농부는 먹을 수 있는데도 버리는 오이가 75%쯤 된다고 했고 한 토마토 재배농가는 수확기에는 40분마다 버려지는 토마토가 2만2천 파운드에 달해 덤프트럭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말했다.


음식물 낭비가 가장 심한 곳은 상점과 가정인 것으로 지적됐다. 미국내 슈퍼마켓에서 안 팔린 과일과 채소류로 인한 손실은 매년 1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손님에게 좋게 보이려고 필요 이상으로 사들여 저장, 진열해놓은 것도 손실의 한 이유이다.


식당과 여타 음식물 판매점의 음식물 낭비는 정부가 권고하는 분량보다 많이 제공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난해 식료품제조업자협회와 전국식당협회를 포함해 음식업계 단체들은 음식물 기부를 확대하고 매년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3천600만톤 규모의 음식물을 줄이는 운동에 착수했으며 연말까지 목표달성을 위한 최상의 방법을 평가할 계획이다.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노력에서 유럽이 미국보다 앞서가고 있다. 유럽의회는 202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법안을 채택했고 60여개의 주요 식품업체들이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영국에서는 5년전 '음식을 사랑하고 쓰레기를 미워합시다'(Love Food Hate Waste) 캠페인이 시작됐고 일부 업체는 소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식품을 사지 않도록 하는 판매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흔히 보는 '한 개 사면 한 개 공짜로 주는'(buy one get one free) 상술과 대비된다.


유통기간 표시를 둘러싼 혼란을 분명히 하는 것도 미 당국이 할 수있는 일이라고 NRDC의 군더스는 지적했다.


미국에서 가금류와 유아용 분유를 제외하고 사용 기간과 판매 기간에 대해 연방정부가 규제하고 있지 않아 먹어도 문제가 없는데도 소비자가 안전을 우려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