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21일 일본이 각료회의에서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제안을 공식 결정하고 구상서를 전달해온 것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단호한 태도를 거듭 밝혔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독도는 고유영토로 영토분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ICJ 제소 제안과 한일간 분쟁해결 공문에 의한 조정 요구를 모두 일축했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국회 외통위에서 "영토ㆍ역사문제에 대해서 일본과 타협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17일 일본이 구두로 ICJ 제소 제안을 통보했을 때도 "일본의 여하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천명하면서 일본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다만 정부는 일본의 도발에 대응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해서는 여러 상황을 감안해 수위 조절을 계속했다. 일본의 ICJ 제소 제안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는 것 외에 일본을 겨냥한 공세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런 태도는 독도의 분쟁지역화 방지 필요성에 따라 과도한 대응은 피한다는 기존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일본의 도발에 우리가 강경조치로 맞대응하면 독도를 분쟁지역화해 ICJ 등 국제무대로 가져가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릴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 17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유감 서한을 즉각 반박하지 않거나 15일 일부 일본 각료의 아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에는 악화된 한일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뜻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이날 국회 외통위에 앞으로도 일본과 "역사를 직시한 가운데 미래 지향적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기본 방침을 견지할 예정이라고 보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외교가 일각에는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정부가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응 조치를 취한 것을 놓고 정부의 대응 시나리오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등에 따른 외교적 대비가 안돼 체계적인 대응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원칙에 입각해 필요한 행동을 한 것"이라면서 "정부는 가장 최선의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대변인)고 설명했다.
정부가 계속 현재와 같은 확전 자제 태도를 취할지 여부는 향후 전개 상황에 달린 것으로 분석된다. `불퇴전의 결의'를 밝힌 일본이 ICJ 제소 카드를 시작으로 추가 도발을 계속할 경우 정부 태도도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노다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도록 내각에 지시했기 때문에 일본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 때문에 만약 일본이 독도 주변 수역의 해양탐사 등 물리적인 행동으로까지 도발 수위를 높일 경우 국민의 반일 감정도 격화되면서 정부도 단호한 입장 표명을 넘어 강경한 대응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대변인은 "일본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면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허둥대지 않고 평상심으로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