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연합뉴스) 대전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교내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가 1학년 학생들을 무더기로 학교폭력범으로 낙인,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위원회는 피해 학생과 부모의 진술만 듣고 가해 학생들을 처벌한 것으로 알려져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반발하고 있다.
21일 대전 A초등학교에 따르면 지난 4월 20일 1학년 B(7) 군의 부모로부터 "자녀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B군의 부모가 신고한 내용은 전날 학교 운동장에서 급우들이 자신의 자녀로 하여금 축구 골대에 강제로 손을 집어넣게 하고 매달았으며, 화장실에 열을 셀 동안 갇혀 있는 등 여러 차례 폭력을 당했다는 것. 이 부모는 학교와 경찰에 이번 사건에 연루된 가해 학생 6명을 처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가해 학생의 한 부모는 "B군이 먼저 툭툭 치고 위협을 하는 등 시비를 걸어 싸움이 시작됐다고 들었다"면서 "화장실에서도 B군을 가둔 것이 아니라 B군이 스스로 청소도구함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는 2차례 심의를 벌여 해당 가해학생들을 학교폭력 예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6명 중 4명의 학생에게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는 위원장인 교감을 비롯해 교무부장, 담당 교사, 학부모 운영위원장, 교육청 위촉 경찰, 병원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졸업 후 5년 동안 생활기록부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나이스)에 관련 사실이 기록된다.
하지만, 해당 학생들이 학교폭력과 관련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사안이 가벼운 만큼 이번 결정이 너무 가혹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 학교 교장은 "피해 학생의 몸에 상처가 있거나 멍이 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피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면서 "현행 학교폭력 예방법이 피해자 위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 처지에서 정서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면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사건 진행과정도 가해 학생들의 부모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두 달여가 지난 6월 8월에야 관련 사실을 조사한다며 학생들에게 설문 형식으로 질문하는 것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가해 학생 중 한 부모가 직접 참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학교 측은 별일이 아니라며 오지 말라고 만류한 뒤 가해 학생들로부터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B군 부모의 신고를 받고 관련 사건을 조사했지만, 형사법상 10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내사종결 조치했다.
가해 학생의 한 부모는 "감금과 폭행이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는 여섯 살짜리 아이가 교사의 강제로 진술서를 쓰고, 졸지에 학교폭력범이라는 주홍글씨를 안게 됐다"면서 "이번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려고 행정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