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과 관련해 배심원들의 최종평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사내 이메일을 자동삭제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애플의 주장이 무력화돼 주목된다.


20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과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 등에 따르면 이 사건 담당인 루시 고 판사는 전날인 19일 배심원들에게 전달한 결정문을 통해 삼성전자 뿐아니라 애플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증거를 파기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평결에 참조하라는 내용의 결정문을 내놓았다.


앞서 이 사건 본안 소송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7월25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폴 그레월 연방 치안판사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가 증거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애플에 유리할 수 있는 증거를 삭제했다"고 결정하고 이를 배심원들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당시 이 결정으로 삼성전자는 삭제된 이메일과 관련된 사안에선 '불리한 추정(adverse inference)'을 받게 됐으며, 결국 배심원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회사로 비쳐 평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애플 역시 이메일 자료를 삭제했다고 반박해 왔다. 따라서 루시 고 판사의 이번 결정은 폴 그레월 판사의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삼성전자는 그같은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게 법원 주변의 평가다. 다만 이 결정은 이날 재판 과정에서 양 측의 이의제기 등을 통해 변경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고 판사는 결정문에서 "삼성전자가 증거보전 의무가 부과된 이후 애플이 이번 소송에서 이용할 수 있는 증거보전에 실패했다"고 지적한 뒤 "마찬가지로 애플도 증거 보전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포스 페이턴츠'의 지적재산권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배심원들의 평결과 관련된 루시 고 판사의 이같은 결정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대단한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불리한 평결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