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최근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5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세계적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의견이 과학계에서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이같이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고 있는 미 농민들에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여론이 커서 입법 등 대책 마련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보도했다.


이번 가뭄의 최대 피해지는 아이오와·일리노이주(州) 등 미 중서부 곡창지대, 이른바 '콘벨트(Corn Belt)' 지역이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기후데이터센터의 데케 아른트에 따르면 이 지역의 10년 단위 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기온이 높아질수록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많아져 한 번 비가 내릴 때는 폭풍우가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아른트는 "최근 수십년 간 미 중서부는 강수량 면에서 참으로 상당한 변화를 겪어왔다"며 특히 대량의 폭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밤에도 기온이 예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식물이 호흡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미 농무부(USDA) 산하 농업환경연구소의 제리 햇필드 국장은 기온이 올라가고 강우가 더 종잡을 수 없게 되고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늘어나는 등 "사람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얘기하던 것들이 실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 폭우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응하는 농업 장비와 배수 시설 등 농민들의 투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햇필드 국장은 설명했다.


농무부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콘벨트 지역 농민들의 피해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1억~41억달러(약 1조2천억~4조7천억원)로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치를 최근 내놓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들 농민 사이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이오와대학의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 주 농민 중 5%만이 지구온난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답한 반면, 28%는 기후변화 여부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68%는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것이 인간 활동의 결과라는 응답은 10%에 그쳤으며, 응답자 46%는 기후변화 여부에 상관없이 자신들은 작물 보험 등을 통해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농민들의 여론을 반영해 콘벨트 지역구 의원들도 지구 온난화 때문에 이 지역 기후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를 부정하며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반대하거나 외면해왔다고 FT는 보도했다. 또 미 하원에서 기후변화 관련 입법이 실패로 돌아간 데도 농민단체인 미국농업인연맹(AFBF)의 반대가 한 몫을 담당했다.


이처럼 농민들 사이에 기후변화 회의론이 널리 퍼져 있는 점이 이번과 같은 기록적인 가뭄에도 미 의회의 입법 과제에서 기후변화 문제가 빠져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FT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