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13일 오전 11시20분께 서울 종로구 소격동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 지하 3층에서 불이 나 28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이 불로 지하 3층에서 작업하던 김모(50)씨 등 4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23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일부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있던 작업자 한 명도 20여m 아래로 추락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중태다. 불은 공사현장 내부를 태우고 1시간2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 3층에서 우레탄으로 방수ㆍ단열작업을 하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불이 난 현장은 페인트와 우레탄, 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소방대원 220여명과 차량 60여대를 투입, 진화에 나섰으나 현장 면적이 넓고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해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 3개층 면적이 3만1천여㎡에 이르고 신축 공사장이다 보니 이렇다 할 소방시설도 없었다"며 "실내에는 스티로폼과 샌드위치 패널 등 불이 잘 붙는 단열재가 많이 널려 있어 진화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지하 현장에는 소화기 외에 이렇다 할 소방장비가 설치되지 않았다.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방시설은 시공 중인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지하 현장에 인력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 구조대를 투입, 수색을 벌이고 있어 부상자ㆍ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화재로 검은 연기가 경복궁 주변 하늘을 뒤덮으면서 경복궁을 관람하던 관광객 수천명과 인근 주민이 일제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폴리스라인을 쳐 시민 출입을 통제했다. 매캐한 연기는 정부중앙청사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순식간에 세종로 등 시내 중심가에 퍼졌다.


서울시내 중심가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에는 화재를 목격한 시민의 신고가 빗발쳤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는 한편 안전수칙 위반 등 위법행위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황 재구성이 급선무"라며 "현재 치료 중인 목격자들의 진술과 경찰 감식을 통해서 당시 현장이 어땠는지 살펴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볼 부분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