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지난달 마지막 일요일인 29일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에 사는 베타니(11.여)와 가빈(9) 남매는 새로 산 가방의 가격표를 뜯어내고 학용품을 챙겼다. 통상적으로 보면 아직 여름방학이 한달 이상 남아서 많은 아이들이 가족들과 함께 바닷가로 휴가를 떠나거나 여름 캠프의 마지막 주간을 맞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베타니 남매가 다니는 그리피스초등학교에서는 다음날인 30일부터 2013학년도 새학기가 시작됐다. 불과 6주 만에 여름방학이 끝난 것이다.


미국에서 수업일수를 늘리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 공립학교의 수업일수는 180일이지만, 그리피스초교가 소속된 피닉스의 발츠 학군은 200일이다. 다른 지역보다 한달 정도 많은 셈이다.


6일 보스턴의 비영리 연구기관인 `시간과 학습에 관한 전미센터'(NCTL)에 따르면 최근 수년 사이 수업일수를 190일 또는 그 이상으로 늘린 학교가 전국적으로 170곳에 달하며, 이 중 140곳은 차터스쿨(자율형 공립학교)이다. 이들 학교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학업성취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시험성적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빈곤층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수업일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육단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미국 교육의 미래가 지극히 암울하다고 경고한 1983년의 `위기에 빠진 국가'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일관되게 유지되는 흐름이다.


NCTL의 크리스 가브리엘리 대표는 "누구나 열심히 하면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다는 차원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목표 달성에 더욱 근접하게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 교원노조와 일부 학부모는 학생들의 공부 스트레스가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방학을 빼앗는 것이 학업성취도 제고의 해답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업일수 연장의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도 엇갈리게 나타나고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두달이 넘는 여름방학 기간에 많은 학생들이 배운 것을 까먹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고, 이는 저소득층 자녀일수록 심하다는 것 또한 여러 연구에서 검증된 내용이다.


따라서 부유층과 빈곤층 자녀의 성적 격차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수업일수를 늘리는 것이라는 주장에는 여전히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차터스쿨의 상당수는 성적이 개선된 것이 수업일수를 늘린 덕분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학교에서 공부를 더 많이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타니 남매의 모친인 데브라 필립스도 "교육이 방학보다는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타니와 가빈이 각각 반장 출마와 새로운 담임 교사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었을 뿐 여름방학이 줄어든데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고 이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