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영어권에서도 최근 인터넷·모바일 시대를 맞아 사람들의 영어 문법 실수가 날로 늘고 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미국 공영라디오 NPR는 이러한 '엉터리 영어'가 영어를 망가뜨리기보다는 오히려 풍성하게 하는 순기능이 클 수 있다는 학계 평가를 2일 소개했다.


최근 영어권에서는 폭스뉴스 같은 언론사 기사마저 과거분사를 써야 할 곳에 과거형을 쓰는 등 영어 문법을 잘못 쓰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칼럼에서 "직장에서 관리자들이 문법 실수라는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며 "이처럼 느슨한 언어 사용은 고객에 나쁜 인상을 주고 마케팅 자료를 망치며 의사소통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고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처럼 오늘날의 영어를 읽고 듣다 보면 영어라는 언어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법 실수가 반드시 언어를 파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더 활기차고 적절하게 만드는 면도 있다는 것이 영어학계 일각의 의견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코니 C. 에블 영어학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주격과 목적격을 혼동해서 쓰는 등 실수를 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30년 전 학생들보다 글을 더 잘 쓴다"고 평가했다. 당시 학생들은 문법은 정확했을지 몰라도 앞뒤가 안 맞는 글을 쓰곤 했으나, 오늘날 학생들은 문법보다는 주제문, 문단의 일관성, 전반적인 구성을 중심으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에블 교수는 "'Between you and I'라는 (문법상 틀린) 구절도 'Between you and me'이라는 (올바른) 구절만큼 요점을 잘 전달한다"며 의사소통을 명확히 하는 것이 목표라면 이런 실수는 대부분의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주리대의 매튜 고든 언어학 교수도 언어의 주요 매체가 도서, 신문, 잡지였던 과거와 오늘날의 온라인 글쓰기는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근의 언어 사용을 언어의 질적 저하나 심지어 문법이 느슨해지는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영어의 전반적 구조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는 사소한 문제"라고 고든 교수는 밝혔다.


또 언어를 창조적으로 활용해 새 단어를 만들거나 기존 단어의 철자를 바꾸는 것은 과거부터 항상 있던 일이며, 오늘날의 차이는 인터넷 글쓰기의 양이 훨씬 많아지면서 이러한 '실수'가 더 흔해진 것뿐이라고 고든 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학계의 옹호론에도 기업 대표 등은 "엉터리 문법을 쓰는 사람은 채용하지 않겠다"며 개탄하는 등 학계와 현장의 시각차가 있다고 NPR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