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문자를 보내다 공중전화 부스 기둥에 부딪히고, 통화 중 배수로에 빠져 얼굴을 다치고, 부두에서 떨어지고…. 미국에서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인기를 끌면서 보행자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7년간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소비자 제품 안전위원회(CPSC)에 따르면 지난해 1천152명이 보행 중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했으며 이는 7년 동안 4배 증가한 수치라고 ABC 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뉴욕 레녹스힐병원의 의사 로버트 글래터는 "사람들이 산만한 보행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걸으면 매우 심각한 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응급실에서 안면 골절, 눈 부상, 발목 부상 등 다양한 보행 중 사고 환자를 자주 치료했다면서 "한 주에 어디서든 이런 환자 5-10명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행자 사고가 갈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면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법적으로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뉴저지주(州) 포트리시(市)는 올 상반기부터 걸어가면서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는 보행자에게 85달러 벌금 딱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포트리시에서는 지난해 보행자 74명이 다치고 2명이 사망했고 올해 들어 40명이 부상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시에서는 보행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만우절에 '집중하지 않고 걷는 보행자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차선을 없애겠다'는 당국의 허위 발표 이후 새로운 안전 캠페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리나 커틀러 부시장은 "당국이 차선 구분을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면서 "비로소 그들은 문자를 하면서 걸을 때 차선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