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에서 경찰이 비무장 시민을 총으로 쏘아 숨지게 하자 시민들이 폭동에 가까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의 애너하임 시민들은 22일 경찰서와 시청 앞 등 도심에서 하루 종일 시위를 벌였다.


시민들은 전날 밤 도심에서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사살한 데 대한 진상 조사와 해당 경찰관의 처벌을 요구했다. 흥분한 시민들은 바퀴가 달린 대형 쓰레기통에 불을 질러 도심 도로를 행진하는가 하면 해산에 나선 경찰에 돌과 빈병을 던지는 등 폭동에 버금가는 격렬한 시위까지 감행했다.


경찰도 진압복을 착용한 채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경 대응에 나서 애너하임 도심은 매캐한 연기와 소음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애너하임 시민들이 이런 격한 시위에 나선 것은 경찰관의 시민 사살이 누가 봐도 지나친 공권력 행사가 명백한데다 경찰의 사후 조치도 억압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지역 일간 신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보도했다.


사건은 토요일인 21일 오후 4시께 주택가 골목길에서 경찰관 2명이 3명의 청년을 불러 세우면서 시작됐다.


길거리에 자동차를 세워놓은 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수상하다고 여긴 경찰이 다가가자 이들은 갑자기 뛰어 달아났다. 뒤를 쫓던 경찰관이 쏜 총에 마누엘 디아스(24)가 맞아 쓰러졌다.


10m 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본 목격자들에 따르면 경찰관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엉덩이 부분을 맞은 디아스가 쓰러지자 또 한발의 총탄이 뒷머리에 명중했다. 디아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7시께 사망 진단을 받았다.


디아스는 비무장 상태였고 특히 쓰러진 상태에서 뒤에서 쏜 총탄에 머리를 맞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흥분한 시민들은 심야에 경찰서로 몰려갔다.


이때 경찰이 끌고 나온 경찰견이 목줄이 풀리면서 시민들에게 덤벼들어 물어뜯는 불상사까지 벌어졌다. 밤샘 시위가 벌어졌고 시위대가 경찰이 대치하는 긴장감 속에서 토요일 밤이 지나갔다.


경찰은 22일 오후에야 두명의 경찰관을 일단 직위해제하고 경찰관들의 발포 경위 등 진상 조사는 검찰에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애너하임 경찰은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 최근 갱단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순찰을 강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