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사주로 김일성 동상을 폭파하려한 혐의로 체포했다고 주장하는 탈북자 전영철 씨에 대해 그를 아는 탈북자들은 그가 전형적인 사기꾼이었다고 한결같이 평했다.
전씨를 잘 안다는 탈북자 A씨는 20일 "전영철은 회령 출신인데 북한에 있을 때부터 중국인들과 거래하며 인신매매, 마약밀매 등을 전업으로 했다"며 "전씨는 한국에 와서도 적응을 못 해 돈을 쉽게 벌 궁리만 하면서 주변 사람을 귀찮게 했다"고 전했다.
A씨는 "그는 김일성 동상 폭파를 시도할 만큼 담력이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며 "인신매매꾼 출신의 사기꾼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씨는 "북한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얘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전씨와 동향 출신으로 그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탈북자 김모씨의 인물평도 A씨와 비슷했다. 김씨는 "전영철은 북한에서 10년 넘게 마약을 복용하다 잡혀갈 위기에 처해 탈북했다"며 "그는 자신이 마약을 하면서도 위기에 처하면 마약 밀수하는 사람들을 보안서(경찰)에 고자질해서 잡아가게 하고 자기 죄는 감면 받는 앞잡이질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전영철은 전형적인 사기꾼"이라며 "주변 탈북자들에게 자신이 국정원과 연관돼 있다거나 중국에 인맥이 형성돼 있다는 등의 거짓말을 밥 먹듯이 했다"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전영철은 북한 내부 동영상을 촬영하러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며 "돈이라면 별짓을 다하는 사람이 동영상 팔아 돈 벌려고 모험했다가 붙잡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탈북자 B씨는 "전영철이 다른 목적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보위부에 잡혀 조사과정에 한국에서 얻어들은 북한인민해방전선(북민전), 동까모 등의 얘기를 털어놓았을 것"이라며 "보위부가 내부 결속을 위해 사건을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전날 북한이 공개한 전씨의 기자회견에서 `동까모'(김일성 동상 까부수는 모임)의 배후로 실명이 공개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전씨가 `동까모'와 연관돼 있다는 북한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북한은 전날 회견에서 "김성민이 전영철에게 김일성 동상 폭파를 지시했다"고 김 대표의 실명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영철은 아는 사람 소개로 딱 한 번 만나봤다. 내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동상을 폭파하라는 지시를 할 수 있겠느냐"며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