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 도시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주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넛 시의회는 최근 시의회에서 열리는 회의나 청문회 등은 오로지 영어로만 진행하며 시의회는 영어를 못하는 주민을 위한 통역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15일 NBC 방송이 보도했다. 시의회는 대신 영어를 몰라 통역이 필요한 주민이 자체적으로 통역자를 대동하는 것은 허용하기로 했다.


이 규정 도입을 제안한 웬디 토이는 "시의회에 가보면 죄다 중국어로 말해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어 전용 규정'은 그러나 연방법률인 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지 여부를 연방 법무부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시의회는 연방 법무부에 이미 검토를 요청했으며 오는 25일 회의 때까지 회신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약 60㎞ 떨어진 월넛은 주민 64%가 아시아계이다. 아시아계 주민은 대다수가 중국계이며 한인도 다수 거주하고 있다. 19%는 라티노, 백인은 24%에 불과하다. 아시아계 주민들은 대부분 일상 생활에서는 영어 대신 중국어를 사용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영어 전용 규정' 도입은 당장 아시아계 주민의 반발을 샀다. 로스앤젤레스의 명문 대학 USC 대학원에 다니는 중국계 데이지 두앤(27)은 "영어를 못하는 주민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악법"이라며 이 규정 도입을 반대했다.


남부 캘리포니아주 아시아 커뮤니티 연맹 회원인 시시 트린은 "몇몇 도시에서 이런 정책을 도입했지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면서 "시의회에서 통역없이 영어로만 회의를 하고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말하는 것을 금지한다면 명백한 시민의 권리 침해"라고 주장했다.


규정 도입에 앞장선 톰 킹 시의원은 "차별이 아니라 예산 절감을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킹은 "모든 회의 때마다 통역사를 고용할 돈이 없다"면서 "영어로 회의를 진행한다고 해서 주민의 목소리를 시의회가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