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에서 법적으로 한 자녀에 대해 세 명 이상의 부모를 허용하는 법률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동성결혼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도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2명의 부모만 허용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조만간 부모 수의 제한을 철폐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회 상원을 통과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찬성했고 공화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한 가운데 수적 우위를 가진 민주당의 지원을 받았다. 법안은 다음달 의원총회에서 통과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부모가 3명 이상이 되는 것은 부모 중 한 명, 혹은 2명 모두가 동성커플이 되는 경우 주로 생긴다.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빌 딜래니는 딸 둘을 두고 있지만 지금은 다른 남성과 동성커플로 지낸다. 이 딸들의 엄마 역시 인근에서 다른 여성과 동성커플로 살고 있다. 딸들은 한 주는 아빠들 집에서, 한 주는 엄마들 집에서 산다. 부모가 총 4명인 셈이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미국 사회에서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는 다른 대부분의 주들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부모를 2명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4명 모두가 법적인 부모로 인정받게된다.


이 법안을 지지한 마크 레노 주 상원의원은 "현실적으로 수십가지 형태의 다른 부모와 환경이 존재한다"면서 "이 법안은 무엇보다도 자녀의 안녕을 최우선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수년간 실질적으로 3번째 부모에게 법적 권한을 인정한 것은 댈라웨어주와 워싱턴 DC뿐이다. 또 오리건주나 매사추세츠주를 포함해 6개주는 지난 수십년간 극히 특별한 경우에만 3번째 부모의 권리를 인정했다. 캐나다나 뉴질랜드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메리칸유니버시티 워싱턴컬리지의 낸시 폴리코프 교수는 "이런 사례들은 이미 21세기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상황을 법에 반영시킨 것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가족들이 있는데 법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들 가정의 자녀들은 법적 기준을 맞추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보수단체들은 가족의 개념을 심하게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비난한다. 한 자녀에서 6명, 8명, 심지어 십여명의 부모도 생길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족연구위원회의 피터 스프리그 연구원은 "이 법안은 동성결혼 의제를 위한 '트로이 목마'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