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연합뉴스) 미군 헌병대가 평택 미군기지(K-55) 주변 로데오거리 순찰중 주차문제로 시비를 벌인 시민과 이를 제지하는 행인 등 민간인 3명에게 수갑을 채운 채 강제로 부대로 끌고가려한 사건이 발생,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수갑을 풀 것을 요구하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6일 K-55에 수사관을 보내 제51비행단 소속 헌병 7명을 피조사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며 이날 오후 2시 출석을 요구하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경찰은 피해자의 주장에 따라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법 276조 1항의 적용을 검토 중이며, 이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해당 미 헌병들은 이날 경찰서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해당 부대 측은 법무담당관실을 중심으로 법률 검토와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평택 신장동 K-55 인근 로데오거리에서 악기상점을 운영하는 양모(35)씨는 지난 5일 오후 8시께 주변을 순찰하던 미군 헌병대원 3명으로부터 가게 앞에 주차된 다마스 차량의 이동 주차를 요구받았다. 부대 정문 주변 500여m에 걸쳐 형성된 로데오거리는 평택시 조례에 따라 지정된 주ㆍ정차 금지지역이다.


당시 양씨는 짐을 옮기기 위해 가게 앞에 잠시 차량을 주차해놓고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양씨는 미 헌병들의 이동주차 요구에 "지금 치킨을 먹고 있으니 먹고 나서 차를 옮기겠다"고 영어로 말했으나 헌병들은 빨리 차를 빼라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양씨가 이동주차 후 가게로 다시 돌아오자 미 헌병들은 "한국경찰을 불렀으니 기다리라"고 한 뒤 가게 안까지 따라 들어왔다.


위압감을 줘 영업에 지장을 받자 양씨는 이날 장사를 접기로 하고 가게 문을 닫았다. 그러자 갑자기 1명이 자신의 왼 손목을 비틀고 밀치더니 수갑을 채우려고 했다고 양씨는 전했다.


양씨가 저항하자 주변에 있던 미 헌병 4명이 합세해 모두 7명의 헌병이 양씨를 덮쳤다. 결국 엎드린 상태에서 양 팔이 뒤로 제껴진 채 수갑이 채워졌다고 양씨는 주장했다.


미 헌병들은 길을 지나다 이 모습을 보고 영어로 항의하는 행인 신모(42)씨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수갑을 채웠다.


시민의 신고를 받고 송탄파출소 소속 경찰관 4명이 오후 8시35분께 현장에 도착해 수갑을 풀 것을 요구했으나 미 헌병들은 무시했다. 이들은 경찰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수갑을 채운 채 양씨와 신씨를 150여m 떨어진 부대 정문까지 끌고 갔다.


양씨는 "미 헌병들은 부대 앞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내 동생(32)에게도 수갑을 채웠는데 이때 옆에 경찰이 함께 있었다"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은 민간인에게 수갑을 사용하며 공권력을 행사한 불법 체포행위에 대해 해당 병사는 처벌을 받아야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씨 등은 수갑이 채워진 채 40여분 동안 미 헌병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미 헌병들은 경찰의 계속된 요구에 부대 정문 앞에서 양씨 등 3명에게 채웠던 수갑을 풀어주고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양씨 등은 수갑을 채우려는 미 헌병에 맞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얼굴과 무릎, 어깨, 팔꿈치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은 사건 직후 부대측에 연락해 관련된 헌병 3명을 파출소로 데려와 1차 조사를 한데 이어 해당 부대 등을 상대로 영외 순찰의 법적 근거와 순찰인원, 순찰구역, 순찰시간, 순찰목적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또 신장동 로데오거리 내 주차차량에 대한 이동주차 요구 권리가 있는지, 있다면 순찰 목적과 부합하는 지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