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미국 최대 개신교단 남침례교(SBC) 총회는 포용과 화해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한때 노예제를 지지했던 남침례교가 최초 흑인 총회장을 탄생시킨 역사적 총회였던 동시에, 총회 전 불거졌던 교단 내 칼빈주의자와의 신학적 갈등이 전(前) 총회장 브라이언트 라이트 목사에 의해 언급되면서, 화해의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2012년 남침례교 연차 총회에서 기도하는 참석자들.ⓒSBC

총회가 있기 전, 칼빈주의 5대 강령(TULIP) 3번째 ‘제한 속죄’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남침례교 목회자를 중심으로 ‘성명서-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대한 전통 남침례교인의 이해’가 발표됐다. 이 성명서는 ‘그리스도의 속죄의 실효는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는 칼빈주의 ‘제한 속죄’를 반대하는, 침례교가 믿는 구원과 선택에 대한 믿음을 명시한 내용이었다. 이 성명서에는 수백명의 목회자가 서명했으며, 총회가 있기 몇 주 전에 발표됐다.

과거 극히 소수였던 남침례교단 소속 목회자 내 ‘칼빈주의자들’은 최근 라이프웨이 리서치에 의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2006년보다 올해 10%가 늘어난 16%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브라이언트 라이트 전 총회장은 총회 마지막 설교를 통해 교단 내 일부 목회자들에 의해 발표된 성명서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경계하면서, 연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라이트 전 총회장은 “신학적이든 지적이든 영적이든 자만심은 죄다. 특정 신학 입장을 반대하는 우월적 태도로는 결코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울 수 없다”고 경계하면서 “조금 다른 신학적 견해에 대해 이뤄지는 비판은 그리스도인의 핵심인 선교대사명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연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그리스도와 성경 중심이란 사실에 감사하기보다 우리 자신이 전통 남침례교인인지 칼빈주의자인지 개혁주의 신학자인지에 대해 더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면, 우리는 신학적 우상숭배에 빠지게 되고, 이를 회개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관심이 복음으로, 갇힌 자를 구원하는 데 있지 않을 때 사단은 우리를 조롱하고 비웃을 것이지만, 선교대사명에 집중할 때 사단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그리스도인의 본질인 ‘선교’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연합해 전진할 것을 권고했다.

또 그는 신학적 견해 차이는 역사적으로 계속돼 왔던 문제였다고 지적하고, 교단 내 칼빈주의자에게는 약간의 겸손을 주문, 자신을 전통 남침례교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에게는 칼빈주의자를 향한 잘못된 정죄 의식의 종말을 선언할 것을 권하면서, 화해와 포용의 정신을 심어주었다.

선교대사명을 향한 한가지 목표를 향해 전진하겠다는 남침례교의 의지는 이번 총회에서 결정한 ‘그레이트 커미션 뱁티스트(대사명 침례교)’라는 제 2의 교단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단명칭 변경을 고려한 가장 큰 요인은 감소하는 교세로 알려졌으며,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데 불필요한 장벽을 갖고 있다면 명칭 변경도 불사하겠다’는 교단의 의지가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기존 ‘남침례교’라는 이름을 법적 명칭으로 사용하되, 공동으로 대사명 침례교라는 이름을 선택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남침례교 역사상 최초 흑인계 총회장으로 당선된 프레드 루터 주니어 목사.ⓒSBC

‘복음 전파’라는 목적을 위해 비본질은 버리자는 교단 내 변화의 물결은 최초 흑인 총회장 선출이란 역사적 사건과도 맞물리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백인 중심 교단에서 다인종화되기 시작한 남침례교단은 현재 약 20%의 회원 교회가 비 백인 그룹으로 구성돼 있으며 비백인계의 절반 즉 전체의 10%가 흑인계 교회로 구성된다.

한때 ‘노예제’를 지지했던 남침례교의 최초 흑인계 총회장 선출 역시 선교 대사명이란 목적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교단 내 변화의 새로운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