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있어 고교 졸업은 큰 성취입니다. 이제 제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라, 단지 첫 발짝을 내딛은 것에 불과한 것이라는 걸 압니다.”
“제게 있어 졸업은 마치 어려운 퍼즐게임 가운데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킨 듯한 느낌입니다.”


▲지난 15일 LASR 공립 대안학교가 제3회 졸업생 20여명을 배출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16세~24세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LASR 공립대안학교가 올해로 제 3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지난 15일 고교 졸업장을 거머쥔 20여명의 졸업생들은 저마다 눈물겨운 환경 가운데서도 꿋꿋이 버티고 학업을 완성한 성취감에 들뜬 축제 분위기였다. 고교 졸업장을 받음으로써 이제 이들은 사회를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날개를 단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LASR 대안학교는 2009년 2월 LA사랑의교회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적응문제로 인해 제때 고교과정을 마치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한 탈학교 청소년들의 학교 복귀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공립 청소년 대안학교다. 한인교회가 이뤄낸 교육계의 첫 열매이기도 하다.


LASR 이재영 교장은 “한국과 미국은 학제가 달라, 한국에서 고등학교 재학 중에 미국에 온 경우라도 만18세가 넘으면 미국 공립학교에는 입학이 허가되지 않는 상황이다. 한때 잘못된 선택으로 학교를 중단했거나 가정 형편에 맞지 않는 비싼 수업료 때문에 사립학교로도 진학하지 못한 한인 청소년들은 결국 고등학교 졸업장도 취득하지 못한 채 타운 내에서 저임금 일자리에 매이는 등 미래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극히 제한되게 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사회에 진출한 청소년들에게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거래나 갱 조직이 현실적인 대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면서 “소외된 청소년들을 돌봄으로써 커뮤니티를 섬기기 위해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을 대표해 연설을 한 알제리 라라 로페즈 학생은 자신의 가문에서는 그야말로 첫 고교 졸업장을 받아든 가문의 신화를 이뤄냈다. 알제리의 집안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들 가운데 그 누구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가 여지껏 없었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 결여와 부정적 가치관에 지배된 삶을 살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안학교를 다니는 동안 두려움과 마음 속의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고, 무엇보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LASR 공립 대안학교 교사들. 가장 왼쪽이 이재영 교장이다.

이 교장에 따르면, 히스패닉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 오기까지 버스를 6번이나 갈아타고 오는 학생도 있고, 가족 구성원이 갱이나 마약 집단에 연루된 경우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협박 당하는 학생들도 있다.
고교 학령기를 놓친 이들 히스패닉 청소년들에게 있어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그야말로 매일 매일이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LASR 대안학교는 16, 17세에 공부를 그만두고 21세에 ‘백 투 스쿨’한,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이들을 훈련하고 가르쳐서 고등검정고시(GED)를 치르게 한다. 매년 70여명~100여명의 청소년들이 등록하고, 이 가운데 25%가 이 시험에 패스한다. 한인 학생이 전교생의 30%를 차지하고, 히스패닉이 60-70%를 차지한다.


이 교장은 “한인 청소년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중국인 등 타인종 2세들도 많이 찾고 있을 정도로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일대일 교육의 책무성에 있어 기존의 어덜트스쿨이나 다른 컨티뉴잉스쿨과는 차별화 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미국에도 이런 대안학교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하지만 학생이 독립적으로 공부하는 훈련이 안 돼 학업이 어려운 것”이라며 “교사의 적극적인 동기부여와 관심, 책임교육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아이들한테 사랑이 많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고 격려하고, 수업에 안 나온 학생이 있으면 찾아가 격려해서 데려오는 보살핌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비리그 대학을 가는 한인 학생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반은 그렇지 않다. 그 나머지 반에게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