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대선 표심을 겨냥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이민정책 카드가 일단은 약발이 먹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가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4%가 오바마가 새로 발표한 이민정책을 지지했고, 반대하는 의견은 30%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5일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30세 이하의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추방조치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행정명령으로 실시되는 이번 조치에 따라 16세가 되기 전에 미국으로 불법 입국해 최소 5년 이상 거주하면서 현재 학교에 다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30세 이하의 외국인은 추방의 위험에서 벗어나며 일자리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원들은 86%가 새로운 이민정책을 지지했고, 공화당원들은 예상대로 절반이 넘는 56%가 반대했다. 선거에서 중요한 집단인 무당파층은 66%가 지지했고, 26%가 반대했다.
오바마 캠프가 타깃으로 삼은 무당파층의 절반 이상이 정책 지지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이 정책은 전략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불법입국자 가운데 약 80만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부분은 히스패닉 계열이다. 여론이 오바마 정책에 지지를 드러냄에 따라 공화당 후보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히스패닉 전략에서 수세에 놓이게 됐다.
히스패닉계는 지난 2008년 대선에서 67%가 오바마를 지지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 탄생에 기여를 했다. 가뜩이나 롬니 전 주지사는 공화당 경선에서 당내 보수층을 끌어안기 위해서 불법이민자 정책에는 초강경 태도를 드러내 히스패닉 여론은 썩 좋지 않은 상황이다.
'라티노 결정-미국의 소리'라는 히스패닉계 단체가 18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 플로리다, 네바다, 콜로라도, 뉴 멕시코, 버지니아의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오바마 지지율이 높아졌다. 이들 5개주는 대선 향배를 가르는 '스윙 스테이트'이다.
롬니 전 주지사는 현재까지 오바마의 이번 조치에 대해 분명한 찬반 입장표명을 피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의 이번 정책을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불법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입법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번 조치를 폐기할 것이라는 말은 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를 공격하면서도 히스패닉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오바마의 정책발표직후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됐고, 734명의 유권자가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