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소속 교사들이 예산 부족에 따른 대량 해고 위기를 맞자 수업일수를 줄이고 무급 휴가를 가기로 했다. 10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교육청과 교사노조는 10일간 무급 휴가를 실시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교사노조가 이런 합의안을 받아들인 것은 로스앤젤레스 교육청의 재정 파탄으로 교사의 대량 해고가 우려된 때문이다. 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교사 9천명을 해고하지 않으면 재정이 바닥날 판이었다. 교사들이 무급 휴가를 가면 교사들의 근로 일수가 줄어들어 연봉의 5% 가량이 감소하는 효과를 낸다. 존 디지 교육장은 "이번 합의로 많은 유능한 교사들이 일단 내년까지 교단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무급 휴가로 그러나 수업 일수도 일주일이나 줄게 됐다. 올해 여름방학은 작년보다 사흘 앞당겨 시작하고 추수감사절 때는 일주일 동안 학교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과 교사노조의 합의안은 각각 로스앤젤레스 교육위원회와 교사노조 총회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교육위원회는 12일, 교사노조는 13일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재정은 미국에 경제 위기가 닥친 2008년 4억2천700만 달러 적자를 낸 데 이어 2009년 8억3천800만 달러로 늘어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재작년 6억2천만 달러로 줄어든 적자는 지난해 4억800만 달러까지 떨어졌지만 4년 동안 교사 8천명이 해고됐다.
수업 일수도 해마다 줄어들었다.
로스앤젤레스 교사노조는 이번 합의에도 1천300명의 교사가 해고 위기에 몰렸다고 보고 있다. 학생 수 감소에다 일부 과목이 폐지되거나 예산이 다른 과목으로 전용된 탓이다. 앞으로 로스앤젤레스 교육청 소속 교사들의 운명은 오는 11월 주민 투표에 따라 결정된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의 제안으로 교육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신설안이 주민 투표에서 통과되면 한숨 돌리게 되지만 부결되면 내년부터 당장 수업일수를 3주나 줄여야 한다. 존 디지 교육청장은 "우리 모두 11월에 목을 맨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교사노조를 뺀 용원, 사무직 등 노조는 이미 교육청과 무급 휴가에 합의해 시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