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의 반(反) 이민법을 둘러싼 보수층과 시민사회의 갈등이 현대자동차로 옮겨 붙었다. 미국 민권ㆍ인권지도자협의회는 최근 공언대로 전미자동차노조(UAW)와 함께 앨라배마주의 현대차 대리점 앞에서 주의 새 이민법(HB56) 철회를 촉구하는 거리시위에 들어갔다.


협의회 웨이드 헨더슨 회장이 지난달 31일 "73개 현대차 대리점 앞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현대차 생산법인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0여개 대리점 앞에서 (시위대가) 전단을 나눠준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대차와 고객을 상대로 피켓을 흔드는 시위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법안의 문제점을 알리는 교육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에서 자동차 기업으로는 2005년 주의 수도인 몽고메리에 공장 문을 연 현대차와 혼다, 벤츠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협의회와 UAW가 앨라배마에 있는 수많은 대기업 가운데 현대차를 상대로 첫 시위를 벌인 것에 대해 현대차 측은 "법인이 주 수도에 있다는 점이 주 정부를 압박하는데 효과적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현지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지난 수년간에 걸친 시민사회의 호소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괘씸죄'에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이민법 철폐 운동을 주도하는 협의회의 헨더슨 회장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현대차 주주총회에 참석해 앨라배마를 대표하는 외국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현대차가 인종차별적인 이민법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인권에 침묵하는 것"이라며 주 정부에 법안 철회를 압박해달라는 서신을 정몽구 회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주 하원의 발의법안(House Bill) 56호로 지난해 6월 통과된 이민법은 불법이민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경찰이 요구하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 "확실하고도 신뢰할 수 있는" 신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경기침체로 중남미계 이민자인 히스패닉 불체자가 미국 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정서가 팽배해지는 것을 틈 타 앨라배마, 조지아 등 공화당이 장악한 보수적인 남부 주 정부와 의회가 앞다퉈 이런 반인권적 내용이 담긴 이민법을 제정하고 있다.


반이민법과 관련, 현대차 측은 "외국계 기업의 입장에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무대응 기조를 견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관계자는 "신(新)이민법 반대운동에 왜 동참하지 않느냐고 압박하지만 주정부의 법률적 문제에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무노조'를 표방하는 현대ㆍ기아차와 UAW 간의 불편한 관계도 현대차가 시위의 첫 타깃이 되는 데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UAW는 지난해 12월에도 현대차 전시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현대차를 상대로 노조 허용을 압박해왔다.


앨라배마 인근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기아차는 지난해 사원 채용 과정에서 노조활동이 허용된 포드와 GM 출신 구직자를 고의로 배제한 혐의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