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P=연합뉴스) 음식료 제품의 "천연" 표시가 미국에서 이번에는 오렌지 주스 문제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오렌지 주스 업체인 트로피카나가 자사제품에 "천연" 표시를 한 데 대해 여러 건의 소송이 벌이지고 있는 사례가 바로 그렇다. 트로피카나가 오렌지주스에 1년 내내 같은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화학적으로 만든 "인공 맛"을 첨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기된 소송은 현재 미국에서 20건 정도에 달한다.


트로피카나는 이 소송들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면서 자사 제품이 성분 표시 관련 규정을 충실하게 준수하고 있으며 "맛있는 100% 오렌지주스"를 제조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발표문을 내놓았다. 미국에서 "완전 천연(all natural)"이라는 성분 표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것은 벌써 몇년 전 부터이며 그동안 수많은 유명 브랜드들이 이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스낵 업체인 토스티토스와 선칩스, 음료업체 스내플, 아이스크림 업체인 벤 앤드 제리스 등이 그렇다.


300개가 넘는 회원사가 가입한 미국 식료품제조업협회는 지난 2월 이 문제를 논의하는 별도의 전문가 회의를 갖기도 했을 정도로 "천연" 표시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 업체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은 업체들에 대해 이 문제에 신경을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갈수록 건강에 좋은 식품을 찾으면서 업체들이 "완전 천연" 표시를 내걸었다는 점이 문제의 한 원인임을 인정하고 있다.


감독 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천연"이라는 표시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천연" 표시를 한 식품이 첨가된 색소나 인공 맛, 합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지 않을 경우 FDA는 "천연" 표시를 문제 삼지 않는다.


일부 변호사들은 그러나 FDA의 이런 조치가 충분한 지침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워싱턴의 식품 안전 시민 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의 마이클 제이콥슨 사무총장은 "천연 문제는 전체적으로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천연" 표시에 대한 FDA의 느슨한 대응이 계속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자연적으로는 만들어지지 않고 옥수수를 가공해 제조되는 고과당 옥수수시럽이 들어간 제품을 "천연"이라고 성분 표시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한 예이다.


이 문제는 2007년 스내플사의 음료 제품에 대한 소송에서 쟁점이 됐다. 스내플사는 "완전 천연"이라고 표시된 제품에는 더 이상 고과당 옥수수시럽을 쓰지 않는다고 발표하고 뉴욕의 한 재판부는 스내플 사에 유리한 판결로 지난해 재판을 마무리 지었지만 다른 재판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벤 앤드 제리스와 브라이어스 아이스크림을 소유한 업체는 올해 초 "완전 천연" 성분 표시와 관련된 소송에서 소비자들에게 상품 바우처나 리베이트 등으로 750만달러를 보상해 주는데 합의했다. 이 업체는 또 상품 포장도 바꾸는 데 동의했다.


이번 오렌지주스 소송을 맡은 변호사들도 이런 식의 해결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