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P=연합뉴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은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후보간 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끈다. 특히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이면서도 최근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바람에 기독교의 반발을 사고 있고,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동성애와 낙태 반대 등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환심을 살 만한 태도를 보이곤 있지만 미 주류 사회에서 '기독교의 이단'으로 취급받는 몰몬교인이다.


이런 이율배반적 상황이 미국 기독교인들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전체 미국인 중 2% 정도에 불과한 모르몬교 신자로서 미 주류 정당 대선후보에 오른 사람은 롬니 후보가 사상 처음이다. 지난 2008년 대선 때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50%는 "모르몬교 신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주 불편하다"고 답했다. 이는 '흑인 대통령'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이 2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하면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롬니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롬니가 동성애와 낙태반대 등 복음주의자들의 환심을 살 만한 내용들을 강조해온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개신교 복음주의그룹은 모르몬교에 마음을 잘 열지 않을뿐더러 정치적 응집력이 강하다. 특정 후보를 선택하면 몰표를 주는 성향이 아주 강하다. 가톨릭의 경우 물론 신자 숫자는 개신교보다 더 많지만 선거 때마다 이쪽저쪽을 오가며 표를 찍는 이른바 '스윙그룹'이기 때문에 몰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5개월여 앞둔 지금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왔던 미국의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오바마에게 표를 주지 않을게 분명하다. 동성 결혼이나 낙태 인정은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에겐 바로 파문인 탓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 결혼 지지 발언 후 첫 일요일인 지난 13일 미 전역의 보수 기독교계 교회에서는 목사들이 설교를 통해 오바마를 강력 비난했다.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던 흑인 유권자들이나 히스패닉 유권자들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그룹인 유대인들은 최근 이스라엘 정착촌 문제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 때문에 일부는 지지를 철회하거나 중립으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복음주의자들이 롬니를 무조건 지지해야 할 동인(動因)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를 공화당 대선주자로 내세워야 할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마음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롬니의 보수적 신념에 확신을 못 갖기 때문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족연구위원회(FRC)의 토니 퍼킨스 위원장이 최근에야 롬니를 공화당 후보로 인정한 것은 이런 흐름의 연장이다. 그간의 공화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릭 샌토럼 상원의원, 리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게 세를 몰아주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커스타버스 아돌퍼스대학에서 종교 및 정치학을 가르치는 케서린 크넛슨 교수는 "이번 대선은 종교라는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매우 색다른 선거"라면서 "종교적 신념과 믿음이 서로 교차하면서 많은 개신교 복음주의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