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의 여파가 쉬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최근 미국 내 정치적 목소리가 큰 흑인 목회자인 해리 잭슨 목사(메릴랜드 볼티모어 호프크리스천처치)는 ‘동성결혼에 대한 흑인 교계의 타협’은 곧 ‘간음’이라고 표현하며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동성결혼과 같은 묵직한 신학 이슈에 대해 어려운 선을 긋고는 흑인계 기독교인들이 그의 신념에 타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 흑인 교계에 던져진 질문은 ‘흑인의 편에 설 것이냐? 하나님의 편에 설 것이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목)에는 테네시주 멤피스 흑인목회자협의회(Coalition of African-American Pastors)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 발언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날에는 1960년 마틴루터킹 목사와 함께 시민권익 운동에 참여했던 리더 빌 오웬 목사도 참석했다. 오웬 목사는 “동성결혼에 있어 오바마 대통령의 ‘진화’는 향후 사회 뿐 아니라 흑인 커뮤니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다음주 내내 흑인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동성결혼이 시민 권익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언론의 흐름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를 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흑인 교회와 함께 가길 원하며, 그의 동성결혼에 대한 진화 방향은 성경적 원리에서 벗어났으니 되돌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웬 목사의 ‘진화’에 대한 발언은 지난 2년 간 자신의 동성결혼에 대한 생각이 진화하고 있다는 유보적 견해만 밝혀온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확실한 지지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동성결혼 지지에 대한 흑인 기독교계의 입장은 크게 3분류로 나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 지지자들의 압박을 받아 결정한 어쩔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기독교인 ▶오바마 대통령을 찍지 않거나 투표에도 나가지 않을 기독교인(이 그룹은 오하이오 주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오바마 낙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되려 공화당 미트 롬니에 표를 던질 기독교인이 그것이다. 잭슨 목사는 “첫째 유형은 ‘명목상 기독교인’일 뿐”이란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의외라고 느낀 교계 지도자들은 거의 없다. 오웬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인 것을 알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다”면서 “그저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매우 실망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전 담임이었던 제레마야 라이트 목사는 교회에서 ‘동성결혼을 위한 헌신 예배’를 드릴 만큼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자였으며, 교인이었던 오바마 대통령 역시 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잭슨 목사는 “수년 간 오바마는 동성결혼을 죄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의견을 내비쳤지만, 이번 공식적인 행동이 이전의 말보다 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