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각박한 탓에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린 듯 하다. 저마다 먹고 살기 바빠서일게다. 하지만 차가움이 상징이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한인 목사가 있다. 방주교회 김영규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서 평택대학교와 백석대학교(M.Div.)에서 수학하고 나눔사역을 위해 도미한 김 목사는, 7년 전부터 자바선교회를 창립해 선교활동을 해 왔다.


LA 한인 경제의 심장부이자 세계 최대의 의류시장 중 하나인 자바시장이 변화되면, 세계가 변화된다는 비전 아래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을 놓고 기도하며 전도하는 것이 그의 주된 사역이다. 그에 따르면, 상인 한 명이 바뀌면 한 나라를 책임질 일꾼으로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바시장은 선교의 잠재 인력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자바선교회를 통해 이렇게 세계 선교에 대한 야무진 꿈을 꾸는 그는, 2006년에 장로교 목사이지만 루터교단 소속 방주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돼 가기도 했다.


최근 30주년을 맞이한 방주교회는 50-60여명의 성도 대부분이 자바시장에서 일하는 상인들이다. 이들과 함께 김 목사는 매주일 아침 노숙자들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예배를 드린다. 섬김과 나눔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본을 보이니 성도들도 김 목사의 살아가는 방식에 자연 동화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2년 전부터는 한달에 두번씩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랑의점심식사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도 타운 내 250여명의 노인들을 모시고 식사를 대접하는 행사를 벌였다. 어버이날을 맞이해 특별히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방주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한미은행 직원 8명이 봉사자로 나섰고, 자바시장 업체 ‘태’가 컵라면 300박스를, ‘오마이 줄리안’이 식사를 후원했다.


목사이지만 그는 평일엔 샌페드로 홀세일마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아저씨다. 시무하고 있는 방주교회 형편이 어려워 사례비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주일엔 목사로, 평일엔 경비원으로 둔갑(?)해야 한다는 현실이 어쩌면 서글프기도 할텐데, 김 목사는 전혀 그렇지 않은 눈치다. 오히려 자바시장이라는 선교지에 상주하면서 일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없이 좋다는 반응이다.


그의 이런 자비량 선교철학 때문일까. 방주교회를 섬기는 2명의 전도사를 비롯해 성가대 지휘자, 반주자까지 모두 무보수로 사역하고 있다.


최근엔 자바시장에서 4만5천불이 든 해외 쇼핑객의 가방을 훔치려다 도망친 강도를 붙잡아 ‘훌륭한 경비원’으로 한인언론 및 주류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칼의 위험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호루라기를 불면서 끝까지 추격해 결국 강도들이 포기했다고.


방주교회의 한 성도는 “세상에 이렇게 순수하고 좋으신 목사님은 처음 본다”며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한다.


나눔의 온정이 식어 가는 이 시대에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헤엄치는 연어처럼, 그는 오늘도 시류에 휩싸이지 않고 묵묵히 나눔을 실천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