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ng 아닌 Being으로 자유함 맛보는 영성 목회 해야


“처음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신학교에서 배운 교회성장학이라는 세련된 통찰력을 겸비한 나는 우리 교회가 반드시 크게 성장하는 교회가 될 거라 철떡같이 믿었다. 아내를 포함해 아이들과 친지들의 기도와 기대를 한 몸에 받았고, 뛰어난 조력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훌륭한 전략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출석 교인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고 급기야 예년에 비해 출석교인 수가 하나 둘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온갖 목회적 프로그램을 총동원 해 봐도 도무지 성장할 기미가 안 보인다. 아…. 오랜 정체와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렇게 성공 신드롬을 꿈꾸다 좌절과 실패를 맛보고 고통의 심연을 헤매는 목회자들에게 그는 말한다. “목회는 사역(Doing)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Being)의 문제”라고.


올림픽장로교회 정장수 목사의 말이다. 32년 전 디자인 공부를 위해 유학 왔다가 LA 한인타운에서 전도돼 예수 믿고 목사가 된 정 목사. 그는 4.29 흑인폭동 이후 한인타운에서 교회를 개척해 격동의 세월 20년을 살아 오면서 교인수 300명의 지금의 올림픽장로교회를 일궈낸 장본인이다. 온화한 인상에 주름살이 깊게 패인 그 얼굴엔 지난 30년간 이민교회 현장에서 목회의 방법과 본질 사이에서 고민해 온 흔적이 엿보였다.


“지난 30년간 한국교회는 ‘사역 잘하는 교회가 성공한 교회’라는 개념 속에서 오로지 제자훈련과 성경공부 등 Doing에만 포커스를 뒀죠. Being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Doing에만 치중돼 크리스천의 성품 계발이 안되니 교회 안에서 각종 분쟁이 발생했고 사회적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할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문제가 된 거죠. 신학교나 세미나에서도 오로지 교회성장과 성공만 강조하다 보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실패감과 무능감 속에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선 Doing이 아닌 Being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정 목사 본인도 처음엔 성장을 지향하는 목회의 큰 흐름 앞에 어쩔 수 없이 경쟁대열에 끼여 성공만을 바라보며 쉴새없이 뛰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본말이 전도되어 버린 자신의 모습 속에서 ‘이게 아니다’라는 걸 깨달고 Being으로 초점을 옮기게 됐고, 그제서야 진정한 평안이 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성공이라는 개념은 Doing에서 비롯된다. 반면, 행복이라는 개념은 Being에서 만들어진다. 사역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 즉 존재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Doing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목회자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해도 해도 끝이 없으니 지치게 되는 것이다. Being에 초점을 맞추면 교회가 크던 작던, 사역이 잘 되던 안 되던 행복할 수 있다. ‘하나님 앞에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Being을 깨달으면 말이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성공주의 목회로 인한 경쟁 때문에 성공한 소수의 목회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90%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실패감 속에 휩싸여 좌절과 고통 속에 힘들어 한다. 사역보다 철저하게 하나님과의 관계 중심으로 돌아서는 것이 필요하다. 사역 중심으로 가면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가운데 일이 주는 성취감은 있겠지만 그건 진정한 행복은 아니다. 존재, 즉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해 하나님께 떼 쓰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을 찾고 자아를 발견하는 기도를 통해 영적인 기쁨과 평안을 누려야 한다.


이러한 깨달음이 정 목사 자신에게 유익을 끼쳤을 뿐 아니라 교인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교계와 대사회적인 나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개교회주의보다 연합사역에 비중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 잘되게 하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철학을 지닌 올림픽장로교회는 창립 이래 타인종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화두로 삼고 히스패닉교회가 자립할 때까지 3년간 렌트비를 지원한 바 있다. 11년간 히스패닉교회와 동고동락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왔고, 그 결과 그 교회는 부흥해서 독립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예배당을 선교단체나 기관 등에 거의 무상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1-2백불씩 내긴 하지만, 한달에 2만4천불씩 렌트비를 감당해야 하는 올림픽장로교회 입장에선 손해보는 장사다. 하지만 빌려쓰는 입장에선 거의 ‘내 교회’처럼 쓸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현재 JAMA를 비롯해 밀알선교회, 더 쳐치 등 교회 및 선교단체, 그리고 3개의 합창단이 예배당을 빌려쓰고 있다. 이밖에 한인연장자센터도 이 교회를 빌려 무료식품 배급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개교회주의보다 연합사역에 의미를 두는 정 목사는 “꼭 우리가 하는 것만이 선교는 아니다. 다른 단체가 하는 걸 도와주는 것도 선교”라며 “교회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렌트비 내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선교단체들도 내 교회처럼 예배당을 쓰게 하는 것, 이게 곧 하나님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작다고 작은 교회가 아니고, 큰 일을 하는데 동참하면 우리도 큰 일을 하는 것이 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이민교회 노령화 대비한 새 모델 필요


1세 목회자로 이제 10년이면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에 접어든 정 목사. 그는 향후 이민교회의 노령화를 대비해 새로운 형태의 교회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민 1세대 중에서 50대가 마지막 세대입니다. 저 역시 이 ‘세시봉 세대’에 속합니다. 우리 교회도 보면 2세들이 벌써 50대까지 넘어 와 있습니다. 10년만 지나면 1세도, 2세도 60세가 넘어가니 소위 ‘리타이어 교회’로 변해가기 마련입니다. 외곽지역 교회는 자녀를 기르는 가정이 많아서 그나마 좀 나은 편인데, 한인타운에 위치한 교회들의 경우 자녀를 기르는 교회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 노령화 현상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고, 10년만 지나면 이민교회는 완전히 노인들만 남아있는 교회들로 바뀌어 버리게 됩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현실이죠. 2세들은 다 밖으로 나가니까 이민교회를 감당할 2세들은 점점 줄어들고, 나이든 1세들만 감당하다가 결국엔 미국교회처럼 쇠퇴할 것이라 봅니다. 어차피 시대적 흐름이니까 막을 수는 없지만, 향후 20-30년간의 과도기에 있어 이민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30년이 지나면 또 다른 형태의 교회가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