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에서 손자나 손녀를 보려고 딸에게 난자의 냉동 보관을 제의하고 비용까지 분담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몸에서 난자를 추출해 보관하는 기술은 쉽지 않아 비용이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8천∼1만8천달러에 달한다. 난자의 냉동 보관을 통해 기대했던 결과를 확실하게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장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려는 부모들이 자신의 딸을 데리고 불임 클리닉을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부모들은 딸에게 미래에 가족이 필요할 수 있으니 그때를 위해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은 물론 난자의 냉동 보관에 필요한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애틀랜타의 불임클리닉에서 일하는 대니얼 사피로는 "이곳에서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고객의 4분의 3 정도는 부모가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급했다"면서 "처음에는 부모가 돈을 내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딸의 난자 냉동 보관에 비용을 분담하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도 이뤄지고 있다고 NYT는 소개했다. 난자 냉동 보관 상품권을 사면 은팔찌 등을 제공하는 불임클리닉이 생겨나고 있다.


부모와 자식이 출산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미국에서 쉽지 않다. 성인에게 기초 성교육을 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부모로서는 걱정이지만 자식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딸인 제니퍼의 난자 냉동 보관 비용을 부담한 글로리아 헤이스는 "자칫하면 딸의 나이가 너무 많다는 말이 될 수도 있어 난자 냉동 보관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제안을 거절했던 제니퍼는 "부모님에게 손자, 손녀가 중요할 수 있고 누구나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족의 결정을 따른 이유를 설명했다.


부모가 딸의 난자 냉동 보관에 돈을 내도 바라는 결과가 반드시 일어날 수는 없다. 34살 때 난자를 냉동 보관해도 40대가 되면 임신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가 딸에게 난자의 냉동 보관비용을 주는 부모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NYT는 전망했다. 부모의 도움으로 난자를 냉동 보관한 에이미 웨스트(37)는 "위험한 투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