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법원이 노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을 행사해 숨지게 한 경찰관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10일 로스앤젤레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형사법원은 풀러턴 경찰서 소속 경찰관 마누엘 라모스(38)에게 2급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을 개시할 것을 결정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렌지카운티 경찰 역사상 경찰관이 공무 중 행위로 살인죄 적용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법원은 또 라모스와 함께 폭행에 가담한 경찰관 제이 시시넬리(40)에 대해서는 과실치사와 공권력 남용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유죄 평결을 받으면 법원은 라모스에게는 종신형, 시시넬리는 징역 4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라모스 등은 지난해 7월5일 플러턴 시내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노숙자 켈리 토머스(당시 37세)를 주먹과 곤봉으로 마구 때려 중상을 입혔고 토머스는 닷새 뒤 병원에서 숨졌다.


라모스를 비롯한 경찰관 6명이 토머스를 무차별 폭행한 장면은 많은 시민이 목격했고 폭행 장면을 찍은 동영상 등이 널리 퍼져나가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토머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폭행당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노숙하면서 시민들에게 낯익은 얼굴이었다. 경찰관들은 당시 절도 신고가 들어와 주변을 검문 중이었다.


시민들은 당시 플러턴 경찰서와 시청 앞에서 연일 경찰관 처벌과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라모스를 비롯한 폭행 가담 경찰관들을 기소했다.


법원이 라모스 등에 대한 예비 심리 과정에서 검찰이 공개한 동영상에는 라모스가 양손에 장갑을 끼면서 "너 이 주먹이 보이지? 너 오늘 죽도록 맞아봐라"로 협박하는 장면에 이어 무자비한 폭행 장면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특히 토머스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아빠, 아빠!"라고 애처롭게 소리치는 장면까지 공개됐다.


검찰은 "경찰관들은 총과 경찰봉, 전기 충격기 등을 막강한 무장을 갖췄다"면서 "이런 공권력이 이런 방식으로 남용되면 끔찍한 범죄일 뿐"이라고 라모스 등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다.


한편 라모스의 변호사는 "토머스가 경찰관의 정당한 검문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정당한 법 집행에 반항하는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행위였다"고 변론했다.